언론속의 국민

전국법과대학교수회 “우리가 싸울테니, 사시존치 고공농성 중단하라” 호소 / 이호선(법학부) 교수

4일 오후부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양화대교 위에서 단식농성 투쟁 중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이종배 대표를 향해 전국법과대학 교수들이 안전을 우려하며 즉시 내려오길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날 밤 입장문 통해 “생명보다 귀중하고 급박한 일은 없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단식 투쟁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내려오라”고 당부했다. 

교수회는 “대선 주자들을 붙잡고 애원하고 설득하고 싸우더라도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상하는 일로까지 가서는 안 된다”며 “기성세대로서 무한히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교수회는 다만 그동안 사법시험 존치 불가론을 유지해 온 유력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를 향해 “제대로 된 문명국들 중에서 직업공무원이 됨에 있어 전문대학원 졸업자격을 요하는 나라가 과연 있느냐”면서 “로스쿨 폐지가 아니라 로스쿨 입학정원의 20% 정도의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숨통마저 끊어 놓아야 속이 시원한가”라면서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다.

교수회는 이어 “자기의 삶을 자기가 책임있게 설계하고 살아보겠다고 하는 상식적이고 당찬 한 청년 대부분의 절규”라면서 “다만, 위험한 곳에서의 단식을 조속히 중단해 달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우리가 더 열심히 싸우고 설득하겠다”며 고공농성 중단을 거듭 호소했다.

▼ 이하 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입장문 전문 


▲ 4일 오후부터 사법시험 존치 고시생 모임의 이종배 대표가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며 양화대교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사시존치를 위한 양화대교 고공 단식투쟁에 대한 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입장>>

지금 양화대교 아치 위에서 한 젊은이가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면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다른 곳도 아닌 높은 다리 위의 좁은 공간 위에서 강풍이 부는 환경에서 행하여지는 단식 투쟁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생명보다 더 귀중하고 급박한 일은 없기에 우리 전국법과대학 교수회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단식 투쟁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내려오길 간절히 호소한다. 대선 주자들을 붙잡고 애원하고, 설득하고, 싸우더라도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상하는 일로까지 가서는 안 된다.

이런 호소를 하면서도 우리 전국의 법과대학 교수들은 기성세대로서 무한히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이다. 특히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문재인 후보는 그간 사법시험은 폐지되어야 하고, 로스쿨을 보완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공당의 대선 후보가 소신껏 정책을 말하고, 추진하는데 굳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폐지하더라도 로스쿨을 안 나와도 판, 검사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문재인 후보는 분명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문명국들 중에서 직업공무원이 됨에 있어 전문대학원 졸업자격을 요하는 나라가 과연 있기나한지 문 후보측은 밝히기 바란다. 로스쿨 졸업자로서 검사 임용이 내정되었다가 1,600명이나 뽑는 경쟁률 2:1도 안되는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는 바람에 검사 임용이 취소된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사법시험을 통해 학벌 차이없이 능력에 따라 판검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폐쇄해 버리고 로스쿨 한 길로 가겠다는 것이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우리는 로스쿨 폐지 아니라 로스쿨 입학정원의 20% 정도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해왔다. 이 정도의 숨통마저 끊어 놓아야 속이 시원한가.

자신이 과거에 도입했으니 그 폐해가 눈 앞에 크게 다가오고 있음에도 눈과 귀를 가린 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건 간에 설령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돌이킬 수 있는 정직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지도자로 선출되었으면 한다. 또한 높은 한강 다리 위에서 위험과 고독 속에서 세찬 바람을 맞고 있는 한 영혼의 애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지도자가 차기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그 외침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자기가 책임있게 설계하고 살아보겠다고 하는 상식적이고 당찬 청년 대부분의 절규이다. 제도로 개인을 가로막는 국가에 승복과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위험한 곳에서의 단식은 조속히 중단해 주길 간곡하게 말씀드린다. 우리가 더 열심히 싸우고 설득하겠다. 부끄럽지만 이런 약속이라도 해서 빨리 내려올 수 있게 된다면 몇 번이고 약속하겠다. 미안하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이호선 

 

원문보기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271#05cJ

이전글 [자동차칼럼]오토사가 가져오는 자동차부품 시장 변화에 대응하라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다음글 축제로 빚어낸 샤머니즘…국민대, 공동체를 키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