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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략, `감성`에 주목하라 / 구상(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요즈음에 가장 관심을 끄는 미래 이슈는 자율주행차량과 카쉐어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량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이미 일정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을 가진 차들이 시판되고 있다.
 
카쉐어링은 북유럽 국가에서 자동차 덜 타기 캠페인 정도로 시행되던 것이었으나, 이제는 미래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소비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자율주행과 카쉐어링은 별개의 일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정보 기술의 기반이 있어야 제대로 운영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의 또 다른 개념은 커넥티드(connected)이며, 정보의 구름 속에서 달리는 것이 바로 핵심 개념이다. 그리고 정보의 '구름(영어로 구름을 cloud라고 하듯이 정보의 가상 집합체를 실제로 클라우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에서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 카쉐어링이다. 결국, 디지털 정보 기술이 높은 수준의 완성도에 도달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이 자율주행과 카쉐어링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의 주행방법과 사용방법의 변화이고, 필연적으로 자동차 디자인 역시 변화를 맞게 되고, 자동차 미학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상적 아름다움(美)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인류는 수많은 조형물과 건축물 속에서 그 '이상적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 자연물 속에 존재하는 균형적 비례 황금비(黃金比;The Golden Section)를 발견해 건축물에 적용하는가 하면, 인체에도 그것을 적용해 밀로의 비너스라는 이상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려고 했었다.

곧 개봉하는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2014년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실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유인원들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유인원들의 리더 시저의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엄숙함, 그리고 때로는 갈등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극도의 사실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그려진 주인공 시저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간보다 덜 진화된 유인원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저는 고전적 의미의 미적 요소, 황금비에 입각한 신체 비례와 같은 이상적 아름다움의 요소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응원했다. 어쩌면 오늘날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진화론에 의한 '균형 잡힌 채 굳어버린 이상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미 디자이너들은 본능적으로 굳어진 지루함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共感; empathy)할 수 있는 역동성을 발견해내고 구체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균형적이고 우아함을 추구했던 것이 과거의 자동차 디자인이 추구했던 것이라면,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가장 효율적인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한편으로, 보다 다양한 미학을 추구한다. 

따라서 그것은 '첨단'이 아니라, 때로는 'B급 감성'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바이크 브랜드 '인디언 모터사이클(Indian Motorcycle)'은 바로 그런 감성을 보여주면서 호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자동차가 보여주는 디자인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82502102251052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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