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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인사이트] 獨 통일성·美 치밀함·日 정교함 추구…G70의 +α는? / 구상(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제네시스 G70로 본 韓·美·日·獨 프리미엄차 비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 G70가 나왔다. 차체 제원은 길이 4685㎜, 너비 1850㎜, 높이 1400㎜, 휠베이스 2835㎜로 중형급에 해당한다. 중형 세단 대표주자인 쏘나타 뉴 라이즈와 비교하면 G70가 170㎜ 짧고, 15㎜ 좁고, 75㎜ 낮지만 휠베이스는 반대로 30㎜ 길다. G70는 쏘나타보다 작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긴 후륜 구동 승용차인 셈이다.
 
이는 G70가 다이내믹함을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춰 개발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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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는 독일과 미국 일본의 프리미엄 세단과 경쟁한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가장 강력한 상대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이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 독일 브랜드들은 근대 디자인의 원형이라고 할 만큼 기능 중심적인 특징을 디자인에 충실히 반영한다. 기능주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의 정의로 대표된다.

기능주의는 기능상 필요하지 않은 장식을 일절 배제해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으로 설명되는 독일 디자인 철학의 모태가 됐다. 독일 브랜드들은 차종에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이미지를 추구한다. 또 기능을 강조하면서 브랜드마다 다른 감성을 표현한다. 감성은 안락함일 수도 있고, 전천후 주행성능일 수도 있고, 실용적이고 친근한 기능성일 수도 있다.

독일 브랜드 중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같은 독일 디자인의 특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G70가 경쟁 상대로 삼은 벤츠 C클래스는 기존 모델보다 길이는 95㎜, 폭은 40㎜, 휠베이스는 80㎜나 늘어나 제원상으로는 국산 중형 승용차에 필적한다. 벤츠 C클래스는 차종에 상관없이 통일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독일 브랜드 성향을 그대로 따랐다. 실내 디자인은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 소형 4도어 쿠페인 벤츠 CLA와 상통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원형의 환기구와 크게 경사진 센터페시아 패널의 배치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면서 소형 4도어 쿠페인 벤츠 CLA와 비슷하다. 앞좌석은 버킷 형태로 운전자 신체를 지지하는 기능에 충실했다. 뒷좌석 등받이는 그다지 깊지 않은 버킷 형태다. 차체가 작다는 점을 감안한 앞좌석 중심의 세단형 승용차 성격을 반영한 셈이다.

벤츠 C클래스는 가장 작은 세단으로 대중적인 모델이지만 가죽이나 우드 패널의 질감은 윗급인 E클래스에 버금갈 정도로 고급스럽게 마무리됐다. 벤츠는 가장 작은 세단인 C클래스도 품질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벤츠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중시한다. 과거 미국 차들 역시 이와 같은 분위기를 냈지만, 물리적 품질에서 치밀한 일본 메이커의 차량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오늘날 미국 차들의 실내외 품질은 과거와는 달리 치밀함을 추구한다. 미국 브랜드는 차를 설계할 때 '생활 도구'에 초점을 맞춘다. '타기 위해' 만든다는 것이다. '팔기 위해' 상품성을 강조하는 일본 차나 '럭셔리'를 중시하는 유럽 차와는 다른 특징이다.

사진설명스포티한 이미지를 주는 벤츠 C클래스 센터페시아 패널.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가 추구하는 색채는 링컨에서 파악할 수 있다. G70가 경쟁할 링컨 모델은 MKZ다.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버튼식 변속기 인터페이스는 링컨이 추구하는 기술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또 스포티함보다는 느긋함과 치밀한 품질을 추구하는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특징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일본 브랜드는 '팔기 위해' 정교함에 공들인다. 차에 타는 순간부터 정교함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내·외장 부품 디자인이 수공예 세공품처럼 정교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교함은 일본 자동차 특유의 품질 신뢰감과 결합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자동차는 품질은 인정받았지만 디자인 감각에서는 서구 것을 모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특유의 정교한 디테일과 결합된 강렬한 인상의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설명느긋하고 여유로운 실내 이미지를 갖춘 링컨 MKZ.
 
제네시스 G70의 경쟁 상대인 인피니티 Q50에서도 이 같은 일본 차 특징을 잘 엿볼 수 있다. 디테일에 공들인 실내 디자인과 강렬한 표정을 가진 차량 전면부 인상이 어우러져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킨다. '눈길 끄는' 디자인인 셈이다.

후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최근 출시한 G70는 주행 질감이나 물리적 품질이 독·미·일 경쟁 상대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물리적 품질 이외 플러스알파가 될 차별성은 부족하다.

스포티한 성능은 수준급이지만 독일차를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을 준다. 유사성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창의성이 필요하다.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에서 보여준 독창적 창의성이 G70에서는 엿보이지 않는다. G70는 양산차다운(?) 디자인을 추구했다. 앞 범퍼 아래쪽의 넓은 면이 기존 차들과 약간 다르게 만들어져 있는 게 콘셉트 카와 비슷하고, 앞 펜더 측면의 부메랑이 붙어 있지만 다른 부분들은 기존 양산차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대중 브랜드보다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본질의 숙성도를 높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감각적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
 

사진설명일본 브랜드 특유의 디테일을 잘 보여주는 인피니티 Q50.
 
미·일 고급 브랜드는 적어도 미·일 소비자들에게는 고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급'의 문제는 물리적 차이를 내는 하드웨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차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킬 것인가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귀결된다. 신형 모델의 디자인이나 품질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 전에 훨씬 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울러 제네시스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형적 품질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국산 차 품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가죽 질감, 마감 등에서 어딘가 모르는 아쉬움, 소위 말하는 2% 부족한 느낌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기술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무형적 품질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창의성, 무형적 품질관리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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