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모터쇼가 묻는다, 그대는 혁신하고 있는가?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지난달에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찾았을 때 일이다. 전에 없던 흥미로운 서비스 모델이 눈에 띄었다. 관계자 설명을 한참 듣다 보니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하드웨어(HW) 회사였다. HW 업체가 왜 이런 서비스를 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5년, 10년 뒤 미래를 준비하다 보니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 전시회장은 정보기술(IT) 전시회도 가전 전시회도 아닌 모터쇼장이다. 

연이은 관계자의 설명은 더욱 의미심장했다. 거래하는 유럽 자동차업체가 5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그려서 올 것을 요청한다고 한다. 앞으로의 미래 기술에 대해 자동차사, 부품사가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상상과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자사의 부품 경쟁력도 크게 발전했고, 미래형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프랑스 부품업체 발레오다. 모터쇼에서 아우디 신형 'A8'은 최초의 라이다 센서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고 최초의 자율주행 3단계, 아우디 자체 제작 슈퍼컴퓨터 등으로 주목받았다. 내년에 A8이 출시되면 발레오는 자동차 회사가 양산하는 최초의 라이다 센서 업체가 된다. 

이번 모터쇼에서 미래 기술이 대거 선보인 건 우연이 아니다.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미래 스마트카 시장에 대해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해 온 유럽 자동차·부품사의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는 10여년 전부터 미래 사회와 도시 변화에 따른 미래 이동성의 변화를 치열하게 분석, 준비하고 있다. 소형차-전기차-차량공유-자율주행-무선충전으로 이어지는 도시 미래 이동성 해법은 최근 유럽 자동차 업계의 주요 전략이다.

이제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자율주행·연결성·공유경제가 바꿀 5년, 10년 뒤의 미래 모습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벤츠의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카는 자율주행차를 도시 내에서 공유하는 개념을 담았다. 독일 3사 가운데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BMW는 전기차, 슈퍼카, 콘셉트카와 더불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를 위한 무선 충전 기술 상용화를 알렸다. 디젤차 게이트 사태의 주인공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에 빨리 진입하기 위한 노력, 아우디는 인공지능(AI)과 자율 주행을 각각 강조했다. 

벤츠와 BMW의 미래 진화를 위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벤츠의 카투고(차량 공유), 마이택시(택시예약), 무블(교통수단 추천·결제) 서비스는 별도의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BMW 드라이브나우(차량 공유), 파크나우(주차장 공유), 차지나우(공공충전소) 서비스도 BMW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여러 부품사도 미래 진화를 위한 다양한 비전을 선보였다. LG 인수설로 화제가 된 조명업체 ZKW는 도로-차량 간 통신을 바탕으로 한 자율 주행 조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부품업체 ZF는 여러 센서 업체와 협력하면서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AI ECU를 전시했다. 소니는 어두운 터널에서도 신호등 인식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 기술을 선보였고, 콘티넨탈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보행자의 팔을 벌려서 차를 막는 경찰 등을 인식하는 기술로 사용자-자율주행차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식 기술을 제시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아쉽게도 국내 완성차 업계엔 현재는 있지만 미래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품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우리 부품사는 현대차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현대차가 주는 로드맵에 맞춰 개발해 왔다. 5년, 10년 뒤 미래 시장과 기술을 고민하기보다 현재 성장에 안주해 온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융합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소비자 중심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공유경제 등에 대한 고민과 기술·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사-부품사-IT사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래 기술, 시장, 서비스 분석·개발을 빨리 시작해 나가야 한다.

그저 크고 화려함을 강조해 온 모터쇼가 변하고 있었다. 미래 시장을 이끌어 가려는 혁신과 생존을 위한 노력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7101800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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