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제시평-이은형] 취향 저격 ‘심쿵 비즈니스’/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정기구독을 중단하고 퍼블리 멤버십을 신청했다. 퍼블리는 유료 콘텐츠 웹 사이트다. ‘일과 삶에 직결된 유용한 정보’가 있고 ‘퀄리티 있고 다루는 주제의 큐레이션이 취향저격인 신개념 매거진’이라는 멤버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요즘 신문도, 책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청년층에서도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6월 현재 퍼블리 멤버십 고객이 가장 많이 읽은 콘텐츠는 ‘수평적 조직문화 파헤치기’ ‘퇴사준비생의 도쿄-진짜 출장은 지금부터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뉴칼라컨피덴셜’ ‘요즘 애들의 사적인 생각들’ ‘비즈니스 이메일 101’ 등이다. 제목과 소개글에 마음을 빼앗겨 여러 차례 웹 사이트를 방문하다가 결국 멤버십을 가지기로 결심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아마 읽는 즐거움, 날카로운 지적 자극,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읽어낸 듯하다. 회원은 2000명에 이르렀고 콘텐츠 예약판매 프로젝트도 90건 이상 추진했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쇠퇴하던 동네 책방도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역사, 과학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큐레이션으로 취향을 저격하는 책방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서울 통의동에 문을 연 역사책방, 삼청동 골목에 생긴 과학서점 ‘갈다’가 그 흐름을 보여준다.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는 IT 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뒤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모아 책방을 열었다. ‘영추문 앞 역사책방’으로 이름을 붙인 이유도 과거와 현재를 잇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과학서점 ‘갈다’는 이명현 천문학자와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과학저술가, 출판사 대표 등과 힘을 합쳐 만든 과학 전문 책방이자 문화공간이다. 갈릴레오와 다윈을 합친 이름이기도 하고 딱딱한 과학을 부드럽게 ‘갈다’라는 의미도 가진다.

이미 서점의 영역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최인아책방도 굳건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인아책방은 회원들에게 매월 ‘읽을 책’을 선정해 보내주는 서비스도 한다. 2017년 독립서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독립서점이 79곳, 커피와 차가 있는 서점이 59곳, 술이 있는 서점이 22곳, 심리전문서점 4곳, 식물이 있는 서점 3곳, 퀴어서점 1곳, 시니어서점 1곳, 요리전문서점 1곳 등이 있다.

‘건강한 음식 재료로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프리미엄 푸드마켓 ‘마켓컬리’도 취향저격 비즈니스다.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정확하게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와 ‘미식가’의 취향을 저격했다. 게다가 밤 11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현관문 앞에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 시스템으로 워킹맘, 전문직 여성들의 고민을 해결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 경험이 한국에서의 창업을 가능하게 했다. 이태원 천연 효모종 빵집 ‘오월의 종’, 서울 자양동 정통 프랑스 베이커리 ‘라몽떼’ 등에서 빵을 공급받고 ‘본앤브레드’ 숙성한우, 지리산 자락의 흑돼지 스테이크 등 30, 40대 미식가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절묘하게 큐레이팅했다. 백화점의 고급 식품 매장보다 더 정성스러운 구색이라 평가받을 정도다.

최근 패션 및 뷰티 노하우 공유 플랫폼이자 쇼핑몰로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스타일쉐어가 300억원에 인수한 29CM도 패션, 생활용품, 가전에 이르기까지 감각적이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만족시킨 온라인 편집숍이다. 글로벌화로 시장이 통합되고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회사가 제국을 구축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쿵하고 울리는 ‘심쿵 비즈니스’가 될 수는 없다. 갈수록 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중요시되는 시대에 ‘취향씨족’의 마음을 울리는 스몰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이은형(국민대 교수·경영학부)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63798&code=1117131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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