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GM 철수, 노동법이 문제다 / 유지수 총장

"원가·납기 경쟁력 잃은 한국GM 
한국공장 철수는 예견된 수순 
경직된 노동시장 관행 걷어내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수년 전부터 예견됐던 한국GM의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혹자는 한국GM이 우리 정부를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과연 그런 것인가.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보자.

수년 전 만난 한 한국GM 임원의 말이 생각난다. GM 디트로이트 본사에서는 전 세계의 수십 개 사업장에서 어떤 모델을 생산할 것인지를 결정하며, 전 세계 사업장은 본사의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한다고 한다. 생산성이 낮거나 임금이 높고 파업이 잦은 사업장은 생산물량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 경쟁에서 한국GM 사업장이 탈락한 것이다.

여타의 회사들과 같이 GM은 어떤 사업장에서 생산을 해야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때 사업장의 경쟁력, 특히 원가 경쟁력과 납기 준수력이 사업장의 운명을 가른다. 철저히 시장논리가 지배한다. 한국은 불행하게도 대량생산에서 경쟁력을 급격하게 상실해가고 있다. 한국GM의 결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게 당연한 현상이고,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 과연 제조업을 대체할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안도 없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제조업을 포기한다면 우리 국민은 무엇을 먹고살 수 있을까. 또 독일, 일본 같은 국가는 선진국이 됐어도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독일, 일본처럼 되지도 않았는데 자동차 생산기지를 성장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유지도 못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동차산업에서 파업은 자살행위와 같다. 파업으로 인해 물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고객은 경쟁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같은 대량판매제품은 대당 제조원가가 중요하다. 1000만 대를 생산하는 회사의 경우 대당 제조원가 5000원 차이가 이익 500억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다 생산물량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고, 원가경쟁력도 떨어지는 나라가 됐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임금은 이미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 생산성은 한심할 정도다. 파업도 빈번하다.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충성도가 높던 노동자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원인은 노동법에 있다. 노조와 노동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노동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해도 대체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돼 있어 꼼짝없이 노조에 끌려가도록 만든 것이 우리나라 노동법이다.

한 생산라인에서는 자동차 주문이 밀려 인력이 모자라고, 다른 생산라인은 주문이 적어 인력을 이동해야 하는데도 노조가 합의를 안 해주면 옴짝달싹 못 한다. 생산라인에서 아무리 작업이 늦게 진행돼도 노조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라인속도를 높일 수 없다. 회사가 어려워져 가동률이 떨어져도 파산 직전에 이르지 않는다면 잉여인력을 해고하지도 못한다. 

이런 법 아래에서 기업 보고 생산을 하라고 하면서 과연 GM이 협박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혹시 우리가 ‘배짱 영업’을 해왔던 것은 아닌가.
 
우리 노동법을 보면 누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고용을 창출할지 의문시된다. 세계는 넓고 공장을 세울 곳은 많다. 
 
나라마다 자국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혜택을 주고 있다. 다른 나라는 유연한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유연한 작업환경에 더해 법인세 감면, 도로건설, 토지 무상사용, 전력시설까지 지원해 준다.

우리나라는 근면과 성실로 경제 기적을 만든 나라다. 노동법을 고치면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투자가 따라오며 자연히 고용이 창출된다. 우리도 독일, 일본처럼 자동차 강국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원문보기: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21958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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