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당위성 더 커진 ‘공익신고 보호’ 확대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고발이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청와대가 이전 정부로 책임을 전가하려고 흑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주장과 KT&G와 서울신문사 등 민간기업의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내부고발은 국민의 정의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문 정부의 도덕성은 추락하고 청와대는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 전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사회에 고발한 것을 두고 공익신고자로서 보호받기 어렵다고 한다. 차제에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주요 내용을 검토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익신고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조는 ‘공익침해행위’를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에 해당하는 법률 284개를 별표로 나열하고 있다. 공익의 분야를 건강과 안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과 ‘이에 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모호해 사전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러한 열거주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공익침해 영역을 제한하므로 시급히 포괄주의로 바꿔야 한다. 

이 법은 제6조에서 공익신고를 할 대상을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그 밖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대 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제8조는 신고의 방법으로 전자문서를 포함한 문서의 형태로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공익침해 행위자, 공익침해의 내용, 공익신고의 취지와 이유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구술로도 신고할 수 있지만, 이때에도 증거와 함께 구술로 신고하고 신고를 받은 자가 신고서에 그 내용을 적은 다음 이를 신고자에게 들려준 후 신고자가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도록 함으로써 문서의 형태를 취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즉, 현행법상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 등 보편적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한 공익침해 제보는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는 공익침해행위의 개연성이 짙음에도 기술적 이유로 공익신고가 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호법익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하지 못하다. 

특히,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공익신고를 반드시 기관에 문서로 접수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형식주의이므로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공익신고자가 동영상이나 기타 다양한 디지털 방식으로 공중에 제보해도 공익침해행위의 개연성이 크고 이를 공익신고로 제시할 경우, 형식을 초월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익신고는 법이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을 위해서도 폭넓게 인정되고 신고자는 보호돼야 한다. 지금처럼 여야가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에 의인이라 칭송했던 공익신고자를 노이즈 마케팅한다거나, 억지 주장이라거나, 심지어 사기꾼으로 매도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남아 있는 한 공익신고는 더욱 넓게, 그리고 철저히 인정되고 보호돼야 마땅하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04010739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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