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ET단상]교육과 채용, 혁신형 선순환이 필요하다 / 임성수(소프트웨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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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벌써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집중적으로 들리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그 의미와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 같았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다만 미래 사회에는 더 창의적이고 동기가 부여돼 있는, 에너지 넘치는 인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사회 발전을 주도할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은 있다. 정부 산하 기관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할지 논의하고, 나름대로 정리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가 세우는 교육의 목표는 이미 틀렸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각 대학이 정부 지원 자금을 유치하려면 그럴듯해 보이는 교육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계획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잘 편집된 제안서로 만들어 평가 받는 절차를 거친다. 교육부는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그 기준이 정말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평가였는지 매번 논란이 있다. 사업 진정성을 떠나 평가위원 철학에 따라 평가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인 우리가 세우고 정의한 교육 목표와 실천 방안이 정말 다음 세대를 위해 적합한 목표와 실천 방안이었을까. 우리 지식과 경험이 과연 미래 세대 그것을 정의할 정도로 풍부하고 폭넓은 것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우리 기성세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규정하고 정의하는 교육의 목표, 인재상이라는 것은 틀렸을 가능성이 훨씬 짙다. 다음 세대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 목적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를 위한 역량을 기르고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교육의 현장에만 투자 펌프질을 하기보다 채용 시장의 혁신에도 힘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년간의 교육 지원 사업, 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형식적으로나마 다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적용 사례도 드문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실험도 이미 성과를 낼 정도로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 교육 기관들도 상당수 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교육용 콘텐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민간에서 교육 투자만큼은 대단히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 자체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사회 변화에 기여하기 어렵다. 수많은 학생이 어떤 생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 시스템에 진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 채용 시스템은 아직은 개발도상국 시절 고성장 국가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대학생이 졸업학년이 되면 전공 역량을 기르기보다 큰 회사 채용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기업 공채라는 대규모 채용 제도 아래에서 치르는 이른바 적성시험과 영어시험에 대비한다. 심지어 자기소개서 및 면접도 훈련을 받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4학년 학생이 이러한 '취업 활동'에 대부분 시간을 쏟는다. 이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른다. 대부분 대기업에서 정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는 '적성 시험'을 치르고, 이러한 대기업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 일부 중견 기업조차도 나름대로 '적성 시험'을 개발했다고 홍보한다. 학생 '적성'과 '비전'은 도대체 누가 어떤 자격으로 평가하고 규정할 수 있을까. 채용 시스템 혁신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만의 경력 개발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조금 더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데에 가깝지 않을까. ◇기성세대가 일을 해야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히 더 많은 기성세대가 '변화'를 만드는 데에 소극적이다. 사실 딱히 스스로 변화를 만들거나 주도하지 않아도 본인이 먹고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분야에 있다는 것 자체가 다음 세대를 위해 뭔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소명이 주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음 세대가 분명히 변화된 사회에 살게 되고 새로운 역량과 새로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또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당사자가 현재의 기성세대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에 합당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역사적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 없다. 우리는 쉽게 다음 세대 학생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권한다. 우리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에게 강권하기보다는 도전할 수 있고 맘껏 체험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조용히 일하는 편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작게라도 '변화'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교육을 담당하는 기성세대가 해야 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말과 글로만 일하지 않고 손발을 쓰는 기성세대가 필요하다. 매일 조금이라도 진보하는 교육 분야가 만들어져야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출처: http://www.etnews.com/201808130004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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