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청사초롱-이창현] 평양스타일에 대한 기대 / 이창현(언론정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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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평양냉면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냉면집에 줄을 서며 어떤 것이 진짜 평양냉면에 가까운지 나름대로 품평한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는 냉면집 지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평양에 가 직접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의 한마디 감상평이 마치 옛날 비행기를 타고 처음 해외여행한 사람들의 체험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슴슴한 것이 맨 처음에는 맛이 없어 보이지만 먹을수록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평양냉면을 먹어보는 것을 넘어 평양을 방문하고픈 열망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평양냉면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방송사들도 이런 문화적 아이콘을 잘 활용하고 있다. JTBC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두 도시 이야기’를 편성했다. 옥류관 청류관 등 평양의 맛집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였다. 남한사회의 먹방 프로그램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공간도 내용도 모두 신선해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은 월남한 실향민이 찾는 고향의 맛에서 젊은 세대도 좋아하는 새로운 맛으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음식에는 분단체제 이전의 문화적 원형이 담겨 있다. 이것은 70년이 넘는 정치적 장벽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김치나 된장과 같이 냉면이 갖는 맛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뿐인가. 남북 정상 간에 통역 없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처럼 한 가지 말과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도 소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예술문화도 민족적 정체성을 담아내며 상호 공감하는 중요한 장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문화예술단은 대중적 교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정상회담장의 벽면을 채운 그림은 남북 간 소통을 위한 염원을 담았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남북은 ‘고향의 봄’을 노래 부르며 하나가 되었다. 음식과 문화와 예술은 이렇게 남북을 이어주고 공감하게 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는 장르가 된다. 젊은이들에게 요즘 대*강 맥주는 인기가 많다. 이코노미스트 기자였던 대니얼 튜더가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말을 하여, 이를 계기로 기획된 수입 상품이다. 대동강맥주를 상징하는 이 브랜드에 대동강이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되자 ‘동’자에 빨간딱지를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대*강 맥주’라 쓰여 있지만, ‘대동강맥주’로 읽고 평양을 상상하고 소비한다. 정부의 대북 제재인 5·24조치가 젊은이들의 저항적 소비로 완화되는 순간이다. 최근에는 진짜 대동강맥주가 남한에서 시판될 것이라는 뉴스가 들려온다. 평양냉면과 대동강맥주의 열풍은 남한 대중이 이제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평양 체험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한류 열풍을 타고 남한의 문화 콘텐츠는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제까지 한류는 남한만의 콘텐츠였는데,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 같다. 콘텐츠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문화 다양성을 강화하고, 질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북이 냉전시대 선전전의 기지였다면, 이제 한류 생산의 콘텐츠 생산기지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한류가 그저 한 번의 물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남한사회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이, 북한사회를 가장 진솔하게 보여준 누군가의 ‘평양스타일’을 기대해보게 된다. 북한 스스로 할리우드에서 만든 ‘동토의 왕국’ 이미지에서 벗어나 ‘평양냉면과 대동강맥주를 즐기는 평양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평양스타일’의 장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국제사회에서 평양스타일이 새로운 문화 장르로 자리잡게 되면 이것이 다시 평양에 영향을 미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교류가 평화를 만들어낸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9860&code=11171362&cp=n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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