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우물 안 日… 자국 무대 몰두하다 세계 무대서 밀렸다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日은 왜 ‘골프 갈라파고스’됐나

용품시장 20억달러 세계 2위 
골프場 수 2290개… 세계4위 

신지애 등 랭킹1위 4명 배출 
日, 2011년 미야자토가 유일 
‘LPGA 톱100’韓40명·日8명 

국내투어 늘고 상금규모 커져 
해외안가도 수입差 없자 외면

 

말레이시아,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개최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CJ컵@나인브릿지가 성황리에 끝났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CJ컵 대회는 물론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적인 골프 이벤트인 프레지던츠컵까지 유치한 바 있다. 올해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여자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까지 개최했다. 

자국에서 PGA 투어 대회를 직접 개최한 한국과 달리 아시아의 골프 종주국임을 자임해온 일본은 지금까지 PGA 투어를 개최한 적이 없다. 2017년 시니어 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 대회를 한 차례 개최한 게 전부다. 한국의 CJ컵 개최에 자극을 받았는지, 얼마전 2019년부터 일본 최초의 PGA투어인 ‘조조챔피언십’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야마하, 미즈노, 브리지스톤, 젝시오, 스릭슨, 혼마, 후지쿠라, 디아마나 등 세계적인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일본은 골프 인구 790만 명, 골프용품 시장 규모 20억8800만 달러(의류 제외)로 미국 다음으로 큰 세계 2위 골프 대국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2017 세계골프보고서(Golf around the world)’에 따르면 일본은 골프장 수 2290개로 전 세계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다음으로 골프장을 많이 갖고 있다.

막강한 골프 산업을 보유한 일본이지만 세계 골프계에서의 존재감은 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00위 내에 한국 선수는 40명인 데 반해 일본 선수는 8명에 불과한 게 단적인 예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74승(한국계 골퍼 우승 제외)을 거뒀지만, 일본은 통산 44승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특히 2010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신지애를 비롯해 박인비, 유소연, 박성현 등 세계 랭킹 1위를 4명이나 배출했다. 일본은 2011년 미야자토 아이가 고작 11주 동안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게 전부다.

현재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골퍼는 한국은 8명이나 되지만 일본은 마쓰야마 히데키와 고다이라 사토시 단 두 명뿐이다. 2000년대 이후 PGA 투어에서 우승한 일본 골퍼는 마루야마 시게키(3승), 류지 이마다(1승), 마쓰야마(5승), 고다이라(1승) 등 4명이다. 한국은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통산 8승을 기록 중인 최경주와 2009년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최초 남자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2승)을 필두로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 등 5명이다.

예전의 일본은 지금과 달랐다. 1957년 나카무라 도라기치와 오노 고이치 조는 골프월드컵에서 게리 플레이어, 샘 스니드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꺾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하며 일본의 골프 열풍을 일으켰다. 이사오 아오키는 1983년 하와이 오픈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히구치 히사코는 1976년 콜게이트 유러피언 오픈에서 첫 우승을 기록하고, 이듬해에는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1981년부터 1992년까지 LPGA에서 활약한 오카모토 아야코는 1987년 4승으로 LPGA 상금왕에 오르며 통산 17승을 거두기도 했다.

일본도 과거에는 지금의 한국처럼 자국의 최고 선수가 해외 투어에 도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내 투어 대회가 늘고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로 진출하려는 선수들이 줄었다. 특히 대부분 여자 투어 대회가 3라운드로 진행되는 데다 이동 거리 역시 짧아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선수들로서는 LPGA와 비교해 대회당 상금은 비록 적지만, 실질적인 상금 수입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처럼 골프계가 자국 투어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골프계의 동향과 교류에는 무관심한 이른바 ‘갈라파고스 현상’이 나타났다. LPGA 다음으로 크다는 일본여자프로투어는 심지어 영어 사이트도 운영하지 않는다.

갈라파고스 현상이란 원래 일본 게이오대의 나쓰노 다케시 교수가 오랜 세월 육지로부터 고립돼 독자적으로 진화한 갈라파고스섬의 동물들처럼 세계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진 채 일본만의 표준을 고수하다 고립을 자초한 일본 기업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나온 말이다.

요즘 한국여자프로(KLPGA) 투어의 상금과 대회 수가 늘어나면서 LPGA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오늘날 한국 골프의 눈부신 발전은 사실상 1998년 박세리의 LPGA 도전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은 국내 투어에 안주하는 것이 달콤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골프계와의 교류 단절과 국제 경쟁력의 상실이 염려된다. 최근 이정은6의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수석 합격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12601032839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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