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럼] 가짜뉴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 신홍균(법학부) 교수

|신홍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프랑스 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가짜뉴스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법안은 의원들의 손을 떠나서 헌법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표현의 자유와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극심한 반대 속에서 상원과 하원은 법안에 대해 합의를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정부가 하원으로 하여금 최종 표결하도록 요청할 권한을 갖고 있고, 마크롱 정부는 그 권한을 발동시켰다. 하원의 투표는 확정 투표였고, 그 결과는 법안 통과였다.
 
심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가짜뉴스의 개념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결국 가짜뉴스가 무엇인지를 법률상 개념으로 정하지 않고, 특정 사실관계가 가짜뉴스인지를 법원이 결정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의혹을 갖거나 추정하게 하는데, 부정확하고 기만적이어서, 유권자의 순수한 의향을 변동시키는 성질의 것"인지를 판사는 48시간 이내에 결정하는 방식이다. 판사가 결정하면, 그러한 행위는 중지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항상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일로부터 3개월전 기간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당초 법안은 "어떤 사실에 대해서 의혹을 갖거나 추정하게 하는데, 부정확하고 기만적인 것은 허위정보를 구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런 정의의 맹점은 이러이러하면 허위정보이다라는 논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A이면 B이다와 같이 명확하지 못했다. 그렇게 못한 이유는 허위정보의 개념을 말로 정하려다 보니 적을 내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A는 B를 구성한다는 식으로, 달리 말하면 A는 B의 수 많은 구성 요소들중의 일부이다라는 식으로 개념이 정해졌다. 그렇다면, 결국 A는 항상 B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냥 일부 요소이기 때문이다.

허위정보가 무엇인가를 못 정하는 개념이었다. 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담은, 2018년 7월18일자 상원 보고서는 이런 식으로 개념을 규정하면 단순 착오도 허위정보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벽한 진실인데 그 취재원을 밝힐 수 없는 정보도 허위 정보와 구별될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그래서 결국 판사가 허위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48시간 이내에 결정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면서 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바 있었다. 그 때, 북한 당국이 미화 1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달라고 했다고 국내 모 방송사가 보도했다. 보도는 사실과 다르면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금년도 제36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언론사측은 그와 같은 보도의 근거가 되는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하고, 심의위원회에 비공개를 전제로 녹취록을 보여주겠다는 의견진술을 한 바 있다. 방송사는 언론으로서의 사실확인 의무는 충족되었음을 밝히는 것이었다. 다만 그 녹취록에서 말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는 조건도 첨언됐다.

이에 대해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결국 이 안건을 전체회의로 상정하게 되었다. 심의위원들의 의견도 다소 대립하는 양상이었다고 판단된다. 예컨대, 녹취록 상의 그 자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녹취록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취재원을 모두 밝혀야만 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는 법정제재가 부과되려면 오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의견도 있고, 아무래도 취재가 부족해 보이는데 너무 단정적으로 기사를 쓴 부분은 그래도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프랑스 하원의 이번 법안은 다소 실험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판사가 48시간 이내에 그런 결정을 해야 할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는 대부분의 경우에 증거 부족이라고 외치면서 그냥 기각을 결정하고 현실안주나 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 정도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프랑스 여론도 다소 엇갈리기는 한다. 

하지만, 만약에 선거기간 중 한 보도가 유튜브를 달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보도는 취재원은 있는데, 그런데 공개할 수 없어서, 그래서 오보는 아니라서, 여려 명망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심사숙고해서 법정제재를 할 수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하고, 그러다 보니 유력 후보가 낙선하는 가정이다. 이런 일은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법안의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112802102369640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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