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인공 지능 채용 시대에 대비하는 자세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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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무렵 대학은 분주합니다. 중간고사가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던가요. 졸업을 앞둔 학생들 마음은 더 조급합니다. 면접을 간다고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게시판에는 캠퍼스 채용설명회 공고가 채워집니다. 그런데 캠퍼스 채용설명회는 어쩌면 점차 사라질 유물인지도 모릅니다. 얼마전 유니레버는 신입사원을 뽑는 자신들의 새로운 방법을 공개했습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매체를 통해 온라인으로 채용공고를 낸 다음, 이 광고를 클릭한 사람들의 프로파일을 수집합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의 흔적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지원자의 절반 정도를 거릅니다. 그리고 남은 지원자들에게 간단한 게임에 참여하도록 합니다. 이 게임은 사실 정교한 신경과학이론을 기반으로 개발된 역량평가 도구입니다. 따라서 게임 결과를 통해 대면 인터뷰를 할 대상자를 골라낼 수 있습니다. 유니레버는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지원자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대학 채용설명회에 비할 수 없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이제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냉정한 인공지능이 사람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 영화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유니레버의 인공지능 채용엔진은 우선 지원자가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통해 사람을 일차 판단하고, 게임과정에서 보인 반응속도, 사용언어, 얼굴표정 등을 분석해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냅니다. 이 시스템의 옹호자들은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더 잘 판단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런 채용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 월마트, 그리고 우리나라의 롯데, 마이다스아이티 등이 대표적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사람보다 객관적일 거라고 믿는 경우도 있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인공지능 면접을 준비시켜 주는 영리한 학원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공지능 채용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좀 우문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하고도 시급한 질문은 정작 따로 있습니다. 과연 누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좋은 인재인가 하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최근 제가 만난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회사에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직원들이 왜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가 다들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변화의 파도 앞에서 생존 위기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원인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동안 그런 직원들을 뽑지 않았고, 뽑았더라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채용의 전 과정에서 일관된 인재상과 선발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기업은 의외로 적습니다. 멋진 스펙에, 좋은 표정과 태도에, 그리고 높은 학점에 유혹되지 않고 기업의 인재상을 밀어붙이는 면접관을 양성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그렇게 믿기도 하지만 사실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는 직원을, 주말에 등산 가자고 하면 성큼 따라나서는 직원을 더 예뻐하는 리더들은 아주 흔합니다. 인공지능은 좋은 인재를 구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좋은 인재”는 기업과 사회가 정의해야 합니다. 오늘, 그리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지 진지하고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채용과 배치 그리고 보상 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기업들은 우수 인재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려면 우리 교육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차분한 토론도 반드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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