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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변추석교수가 밝힌 포스터 제작 뒷얘기
2001년 8월 13일(월) - 동아일보 -


최근 확정 발표된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공식 포스터는 한국 측에서 변추석 교수(45·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디자이너)가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서로 자기 나라의 이미지를 포스터에 반영하려 애쓰는 바람에 물밑 신경전이 치열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변 교수는 “역대 월드컵대회 포스터들은 주최국의 이미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왔다”면서 이번에도 일본측에서는 기모노 후지산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모습을, 한국측에서는 한복 남대문 등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기를 바랐다는 것.

결국 변 교수와 일본 측 작가인 히라노 소겐, 국제축구연맹(FIFA)의 디자인 대행사인 영국 인터브랜드의 게드 에퀴 수석디자이너 등 3명의 제작자는 특정 국가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배제하고 두 나라에 공통된 동양문화를 부각시키기로 하기로 합의했다.

변 교수는 “그림에서 서구와 동양의 가장 큰 차이는 일필휘지로 긋는 붓 터치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동양 전통의 수묵화 붓 터치를 사용하기로 일본 측 작가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이 섰음에도 작업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두 작가는 5∼6월 거의 2개월 동안 E메일을 통해 서로의 구상과 스케치 등을 주고 받으면서 의견을 모았고, 6월25일 일본에서 만나 3일간 스튜디오에서 화선지 위에 서로 번갈아 가면서 붓질하는 작업을 거쳐 모두 500개의 시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자가 이 중 3점씩, 총 6점을 국제축구연맹에 추천했고 연맹은 이 중 한 점을 선택해 인터브랜드에 포스터 제작의 밑그림으로 의뢰했다. 수묵화의 선으로 축구장을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월드컵 엠블렘을 그려 넣은 이 작품에 색채를 입히고 포스터를 완성한 것은 인터브랜드였다.

그는 특히 “수많은 수련 끝에 휘두르는 수묵화의 일필휘지는 축구에서의 훈련, 속도감, 역동성과 서로 맥이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교수가 한국측 화가로 뽑힌 것은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포스터 등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해왔으며 이를 세계 유명 디자인 잡지 등에 발표함으로써 높은 명성을 얻고 있었기 때문. 인터브랜드 코리아가 은밀한 조사 끝에 그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우리측은 2002년 월드컵대회 포스터 20만장을 인쇄해 이달말 해외공관 무역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소장가들을 위한 판매용 포스터는 추후 제작된다. 판매시기와 가격은 미정. 월드컵 포스터는 단순히 대회 개최를 알리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세계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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