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1000자 인터뷰 8] 란코프 “비핵화는 바람직하지만 불가능하다”/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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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는 바람직하지만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러시아 주류의 시각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미국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보다 낮다고 본다. 체제를 보장받을 유일한 방법이 핵무기 보유이기 때문이다. 포기하는 순간 정권이 무너진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A4용지 한 장, 큰 메모지에 불과하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지난달 30일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다소 뜻밖의 답을 들었다. 1980년대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에서도 수학했고 1992년부터 1996년까지, 2005년부터 지금까지 국민대에서 근무하며 남북한을 모두 경험한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 정부 관료나 많은 전문가들도 이같은 견해에 터잡아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북한핵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지난달 29일 크렘린궁 대변인이 북한은 러시아 역내 문제, 곧 지역 문제라고 하면서 미국이 지역을 넘어온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는데 정확한 뜻은. A. 러시아 시각에서는 북한은 주변부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동북아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지나치게 이래라저래라 개입해선 안된다는 뜻이 강하다. 북한도 미국보다는 러시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 한다. Q.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6자 회담은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단계적 해법-미국의 빅딜이 대립하던 양상에서 미북 톱다운-6자 회담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전망한다면.
Q.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끼어드는 것을 활용해 두 나라는 유엔 제재를 완화하는 데 이용하되 북미는 비핵화에 단계적, 병행적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보는데. A.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비핵화는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미국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북한핵을 동결하고 감축하는 관리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한은 50년 뒤에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러시아는 말로만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정부나 연구자들이나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북한 정권은 자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핵을 포기하면 체제 붕괴는 시간 문제란 것을 합리적인 김정은이나 북한 지도자들 모두 잘 알고 있다. Q. 그런데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는 것은 시간 끌기 전술이라고 보느 것인가. A. 당연하다. 10여년 전에 남한 사람들이 남북화해와 공존이 다가왔다고 공상에 빠졌을 때도 난 그 때의 신문과 방송 보도 등을 복사해뒀다. 어리석은 생각들에 대해 논문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한 사람들은 남북협력이 이뤄져 기차 타고 평양이나 북한 지역을 돌아다니고 싶어하는데 그러면 북한은 아수라장이 된다. 시리아나 리비아 같은 사태가 벌어져 중국이나 러시아 탱크가 북녘땅에 들어가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이 바뀔 수 없는 세가지가 있다. 핵무기 개발과 쇄국 정책, 인권 탄압이다.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Q.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북한 사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갑자기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A.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이다. 중국처럼 단계적인 진화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인데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 리비아처럼 내부에서 무너져 폭력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비폭력 혁명과 거리가 멀 것이다. 피를 많이 흘리는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러시아는 비핵화가 바람직하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동북아 안전 유지, 현상 유지, 비핵화 셋을 목표로 생각한다. 가능하지 않은 비핵화보다 핵동결, 미사일 동결, 운이 좋다면 핵시설 일부를 철거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
출처: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01500006&wlog_tag3=naver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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