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너섬情談-이경훈] 광화문광장에 대한 질문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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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달리 광화문광장은 광장이었던 적이 없다. 조선시대에는 육조거리였으며, 일제가 총독부 건물을 세운 뒤에도 줄곧 은행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그냥 너른 찻길이었다. 2009년에야 사람이 설 수 있는 공간으로 구조화됐다. 이를 재구조화하는 설계공모 당선안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당선작이 나무를 심거나 동상을 옮기거나 정부청사 주차장 등 다소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게 된 것은 강력한 기본계획에서 대부분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상징적인 프로젝트에 참여를 신청했던 건축가, 조경가 477팀 중 70팀만이 설계안을 제출했다는 저조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본계획에서 정하는 핵심 사항은 두 가지다. ①차도를 한쪽으로 몰고 세종문화회관 쪽으로는 인도를 넓혀서 광장을 만든다. ②거기에서 시청 앞까지 지하를 파내고 을지로 지하상가 등과 연결해 거대한 도심 지하 보행 공간을 만든다. 질문이 있다. 경복궁을 향해 대칭으로 정렬한 현재 광화문광장의 공간구조를 깨뜨리고 삐뚤어진 공간을 만들면 정말 광장이 될 수 있을까. 지하공간이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줄까. 첫째의 편심광장의 문제는 10년 전 광장 구조화 당시에도 논의가 됐던 사항이다. 발단은 일제가 경복궁의 전각을 허물어 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일부러 삐뚤게 배치한 데서 시작한다. 이후로 생기는 세종로나 주변의 건물들도 이 축을 따라 짓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중앙청 건물을 철거하고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원래 경복궁의 축을 따라 광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길 건너에 있는 광장이고 시각적으로 부담이 없으니 이미 형성된 시가지의 축을 따라 광장을 조성하자는 안이 채택됐다. 대신 차로를 줄여 양 갈래로 배치하고 돌로 포장해 자동차의 속도를 줄였다. 복원한 경복궁이 북한산을 배경으로 다시 위엄을 갖췄고 이를 중심에 놓고 광장은 강력한 질서를 갖게 되었다. 중앙의 광장도 평소에는 한산하지만 호쾌한 조망점이 되기도 하고 촛불시위 같은 역사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장소로서 자리를 잡았다. 도시 광장의 첫째 조건은 명확한 형태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의 반원형이나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의 정방형처럼 형태가 분명할 때 비어진 공간은 공터가 아닌 광장이 된다. 형태란 바닥에 새겨진 도형 이상을 의미한다. 주변의 건물과 조응해 만들어낸 삼차원적, 공간적 형태가 분명해야 한다. 현재의 정연한 공간 형태를 흐트러뜨리는 것이 친근한 시민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지하공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시청광장은 형태에도 문제가 있지만 광장이 도로에 의해 단절돼 고립되어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주변의 건물도 사람이 머물게 하거나 광장의 기능을 보조하는 상업적 시설보다는 무심한 표정을 지닌 관공서나 오피스빌딩이 들어서 있어 단절과 고립을 심화한다. 시청광장 주변의 거리에 지하상가의 일부 상점이라도 지상에 있었더라면 광장은 훨씬 풍요로운 일상의 공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지하공간은 위생이나 안전, 범죄 등의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도시에서의 지하공간은 자동차 통행이 우선이고 사람은 지하나 육교로 돌아서 다니던 개발시대의 유물에 가깝다. 햇볕과 맑은 공기와 심지어 비를 맞기도 하는 하늘아래의 자연공간에서 시민은 걷고 모이며 머물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①과 ②의 두 조건이 상충한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기본계획이 서구식 시민광장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지향하고 있는 지점은 서울시청광장에 가깝다. 엉거주춤한 형태와 주변 건물과의 단절 때문에 시청광장은 간헐적 행사나 시위를 제외하고는 대개는 비어 있다. 지하로 사람을 몰아넣고도 광장이 북적거리기를 바라는 모순적 조건 때문이다. 게다가 잔디는 페인트칠하듯 1년에도 몇 번씩 벗겨내고 다시 심기를 반복한다. 친환경의 목표이자 중요한 가치인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재료이며 가장 반환경적인 재료의 선택이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민의 공간이다. 시민들이 모이고 오래 머무는 일상의 광장을 상상하면서도 실천의 단계에서는 형태를 흐트러뜨리고 지하를 파거나 어설픈 친환경 논리로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일을 계속하다가는 10년 후 우리는 광화문광장 재재구조화 프로젝트로 논란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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