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실력·잠재력 ‘충분’…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 회복’/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배상문의 부활을 기대하며… 

韓서 9승·日서 3승·PGA 2승  
가장 전성기때 현역으로 입대  
軍복무 공백으로 경기력 저하  

제대후 복귀했지만 성적 못내  
PGA 2부투어 우승으로 반짝  
하지만 여전히 제기량 못찾아  

마인드컨트롤에 더 집중하고  
자신의 샷 100% 확신때까지  
끝없는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 야사 하이페츠의 말이다.

예민하기로 따지자면 골프도 악기 연주 못지않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갤러리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안다. 하물며 2년 가까이 연습을 하지 않은 골퍼라면 말을 해서 무엇하랴.

한국에서 9승, 일본에서 3승, 그리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골퍼 배상문 얘기다. 자신을 두고 벌어진 법적 논란과 팬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약속대로 현역 입대한 배상문이 21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것이 지난 2017년 8월이었다. 골프병으로 특혜를 받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그는 강원 원주에서 육군 소총수로 복무했다. 그는 두 차례의 혹한기 훈련과 유격 훈련, 그리고 100㎞ 행군까지 소화하며 일반 장병과 똑같은 군 생활을 했다. 세상인심이 다 그렇지만 입대할 때 벌어진 야단법석에 비해 그의 제대는 다소 쓸쓸했다. 다행히 배상문의 입대를 계기로 PGA 투어가 병역의무가 있는 한국인의 특수성을 고려, 규정을 변경해 준 덕분에 전역 후 1년간 대회 출전권을 보장받았다. 지금은 노승열이 시드 유예를 받고 복무 중이며 가을 PGA 투어로 복귀할 예정이다.

배상문은 지난해 복귀 이후 대회에 출전했지만, 의욕과 달리 성적은 시원찮았다. 배상문은 지난해 18만 달러 남짓한 상금을 벌어 상금순위 196위로 처지며 다음 시즌 출전권까지 잃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시적 정의(poetic justice)’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그가 우승했다. PGA 투어의 2부 웹닷컴투어 파이널시리즈 3차전 보이시오픈에서다. 웹닷컴투어는 파이널시리즈 4개 대회에서 상금순위 상위 25명에게 다음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부여한다. 배상문은 여기에 해당, PGA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기대와 함께 시작한 새 시즌에서도 배상문은 아직 입대 전 기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드라이버 거리는 오히려 더 늘었고 정확도도 비슷한데 아이언샷과 퍼팅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마도 군 복무로 인한 오랜 공백이 빚은 코스 적응력과 실전 감각의 저하 때문일 것이다.

골프 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로 추앙받는 미국의 벤 호건도 배상문과 마찬가지로 한창 전성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 군에 입대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징병제 국가였으며 베트남 전쟁 이후에야 지금과 같은 완전 모병제로 바뀌었다. 17세 이른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호건은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상금이 보잘것없던 시절이니 우승을 못 하는 프로골퍼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을지 눈에 선하다. 그의 나이 28세이던 1940년 호건은 비로소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다. 그해에만 총 4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오른 호건은 내리 3년 연속 상금왕을 달성한다. 고생 끝에 전성기를 맞고 골퍼로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던 때 전쟁이 터졌다. 배상문보다 1살 많은 30세에 공군에 입대한 호건에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과 후 어느 정도 연습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평생 연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프로 사이에서 골프 최초의 연습벌레로까지 통하던 그가 이 정도로 성이 찼을 리가 없다. 스마트폰은커녕 비디오카메라조차 없던 시절 호건이 자신의 스윙을 잊지 않기 위해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로 스윙 동작이 정확한지 확인하며 연습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1945년 8월 2년 6개월 복무를 끝내고 제대한 호건은 처음으로 출전한 1945년 포틀랜드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261타로 PGA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다. 이듬해에는 PGA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두며 13승으로 다시 상금왕에 오른다.

올해 33세가 된 배상문은 또래보다 골프 입문이 늦은 데다 집안 형편 탓에 체계적인 양성 과정과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남다른 노력과 승부욕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입지전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군 복무 공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는 시간의 문제로 지금까지 보여준 배상문의 실력과 잠재력으로 볼 때 인내를 갖고 꾸준히 훈련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좋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미국)도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다시 우승하는데 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지금 배상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멘털 코칭과 같은 심리적인 접근도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샷에 100% 확신이 들 때까지 연습하는 방법밖엔 없다. 벤 호건처럼 골퍼 배상문의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본다. 같은 예비역 병장으로 배상문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본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22501032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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