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기고) SI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 본교 김현수 교수
SI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김현수 국민대 교수 한국SI학회 회장



손자병법 13편중 11편 구지(九地)는 필자가 좋아하는 대목이다. 아홉 가지 지형(기업의 상황)의 변화와 전진과 후퇴의 판단, 그리고 인간 심성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장수(CEO)의 임무이다. 손무는 지형을 파악하여 적의 약점을 만들고, 주도권을 쟁취하며, 빈틈을 찌르고, 빠르게 출동할 것을 강조하였다.

병사들의 심리는 포위를 당하면 힘을 합쳐 저항하고, 상황이 절박해져 어쩔 수 없게 되면 필사적으로 싸우게 된다. 용병술의 요체는 아군의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 적의 빈틈을 집중 공격하는데 있다. 돌아갈 길을 막아 놓고 결사적으로 전쟁에 임하는 손무의 전술은 후에 항우(項羽)도 사용하였다. 사기에서는 `항우는 모든 군사가 강을 건너자, 배를 가라 앉히고 솥을 부수며 야영하는 막사마저 모두 태웠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사흘분의 식량만을 지니게 하고, 전원에게 필사의 결의를 보였다' 한다. 한(漢)의 명장 한신도 배수진을 사용하여 많은 승리를 거두고 제국의 기틀을 만들어 냈으며, 멀리 서양의 명장 줄리어스 시저도 영불해협을 건너 지금의 잉글랜드 땅에 첫발을 내디뎠을때, 도버의 초크 절벽에 배수의 진을 쳤다. 까마득한 발 아래에 넘실대는 파도 위에 그들이 타고 온 배를 모조리 불태우고, 그들을 유럽대륙으로 이어줄 끈을 완전히 끊어 버렸다. 전진과 승리만이 유일한 길임을 병사들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SI(System Integration)산업이 현재 대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경쟁의 심화와 경기의 침체로 인해 수익성의 저하에 시달리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취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중기업들이 거의 유사한 사업구조와 영역을 가짐으로 인하여 산업 전체의 효율이 저하되는 산업구조의 문제도 지니고 있다. 연구개발의 부족으로 핵심기술력이 글로벌 기업에 비하여 취약한 상황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SI산업의 활로는 자명하다.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고 기술력을 강화하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극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SI산업인과 SI학계, 관련 정부 및 공공기관 모두가 배수의 진을 치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임해야 한다. SI산업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건설 산업은 70년대부터 해외 진출 실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갔다. 그들은 사업관리 기술, 사업 수행 기술, 인력 관리 기술 등의 제반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신속하게 습득하였으며, 습득된 글로벌 스탠다드를 국내 산업에 도입하여 입찰제도, PQ 제도 등을 포함하여 선진화된 제도를 일찌감치 구축하고 있다.

한편 우리 SI 산업은 그동안 국내 사업에만 치중하였고, 산업의 특성에 맞는 제도의 도입과 구축에 소홀하여 아직도 후진적인 제도와 관행 속에서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산업 지원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민관이 협력하여 선진화된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여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사업관리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중견기업들은 전문화된 사업영역을 강화하여, 역시 전문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산업계의 절실한 필요를 인식하여 SI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는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SI학회에서는 오는 27일 `SI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주제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고부가 IT컨설팅 능력, SI경영, 고부가 프로젝트관리, BPO, 보안 등의 핵심주제를 포함하여 SI의 획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학의 시너지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조기에 우리 SI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민관학이 혼신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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