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이창현교수의 TV들여다보기]‘사건 현장 그대로’의 함정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 있어요?”

한 신용카드의 TV 광고에서 인기 모델인 김정은이 골동품점을 찾아가 주인에게 묻는 말이다.

이 광고는 왜 나왔을까. 아마도 최근 들어 경기침체와 정치권의 극단투쟁이 계속되면서 TV 뉴스에서 부정적인 뉴스만이 범람하기 때문에 나온 듯하다. 우울한 세상을 반영하는 나쁜 뉴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청자의 기대를 반영한 광고 카피.

그런데 ‘진짜 나쁜’ TV 뉴스는 따로 있다. 방송사가 상업 논리에 빠져 자극적인 사건 사고와 고발 뉴스를 선정적인 화면과 함께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런 TV 뉴스 속에 저널리즘은 없고 센세이셔널리즘만 가득하다.

일반인들도 보편적으로 사용할 만큼 발달한 카메라 기술 덕분에 TV 뉴스들은 사건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범죄 현장과 사건사고의 현장을 담은 뉴스는 드라마보다도 더 극적이다. 뉴스의 현장 화면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그만큼 센세이셔널리즘의 문제도 커졌다. 자극적 화면이 없으면 더 이상 TV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라고나 할까.

예컨대 엘리베이터내의 범행 장면이 그대로 찍혀있는 ‘잔인한 퍽치기’ 뉴스 (11월 24일), 몰래 카메라에 범인이 찍힌 ‘소래포구, 꽃게 도둑’ 뉴스(29일) 등이 그런 사례다. 살인과 자살 현장을 자세히 소개해주는 ‘일가족 5명 둔기 맞아 피살’ 뉴스(25일)와 ‘음대 교수 투신자살’ 뉴스(29일)도 그렇다.

고발성 뉴스 아이템도 선정적인 화면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권 사각지대:장애도 서러운데’ 뉴스(29일)가 그 사례인데 집단 수용돼 있는 장애인의 처참한 모습을 얼굴만 가린 채 보여준다. 철거민과 노점상들의 투쟁은 이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편집돼 전달된다. ‘철거민 유혈 충돌(28, 29일)’ ‘청계천 노점 강제철거 현장(30일)’은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 장면’이 뉴스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경찰서의 폐쇄회로 TV도 TV 뉴스의 중요한 정보원(?)이 되었다. ‘난동 피우는 군인 간부들(30일)’의 모습에서는 술 취한 소령의 욕지거리까지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방송사는 뉴스를 통해 사회 환경을 감시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자극적인 화면만 찾는 TV 뉴스에서 이러한 언론의 기능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영상보다 그 안에 담긴 뉴스의 참맛을 원한다. 뉴스의 참맛은 선정성이 아니라 객관성과 진실성이다.

시청자들은 TV 뉴스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밝은 뉴스 하나쯤으로 내일을 기대하고 산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뉴스’를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생긴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chlee@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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