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문학] '방랑자의 노래' [국민대 국문과 정년 퇴임 주종연(65)교수 ]

2002. 3. 15. - 중앙일보 -


초로에 문득 다가온 그리운 북녘 고향

분단 50년을 지나면서 저 멀리 북쪽 광활한 대륙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가는 요즘, 우리 시단에 김동환.이용악의 맥을 잇는 '북방 시집'이 출간됐다.

지난달 국민대 국문과를 정년 퇴임한 주종연(65)교수가 펴낸 '방랑자의 노래'는 대륙의 광활한 이미지와 그 광야를 거니는 한 인간의 쓸쓸한 서정이 겹쳐 있어 묘한 여운을 주는 시집이다.

특히 원나라에 끌려간 고려 여인의 삶을 노래한 '고려양(高麗樣)'과 일제시대 학병으로 끌려간 형님이 나오는 '나의 노래 나의 이야기' 등의 서사시는 민족사적 슬픔과 저자의 탈향(脫鄕) 경험이 함께 어울려 안타까운 심정을 자아내게 한다.

"나 이제 일어나 떠나가리/앵금통 걸쳐 메고 노새 앞세워/길 따라 임진강 따라 걸어가리/가다가 날 저물면/나루터 느티나무 아래 자리잡으리/밤새껏 앵금소리 울리며/멀리 북쪽 하늘 우러러/나의 노래 나의 이야기 읊조리리."('나의 노래 나의 이야기'중)

북방 정서의 전형으로 통하는 강인함과 웅온함이 느껴지면서도 시의 전체적 정조가 슬픔 쪽으로 기우는 것은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열네살 때 고향을 등져야 했던 시인의 개인사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이 철길을 따라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비단길을 따라 중앙아시아 등지를 방랑한 이유는 그 잃어버린 고향을, 떠나간 혹은 헤어진 부모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로(初老)의 나이에 문득 다가온 회귀본능은 자연적이기에 오히려 인간적이다.

"엄마는 내 손 만지시면/나를 알아보실까/엄마는 내 눈 마주치면/나인줄 아실까…난리통에/열 몇 살 형제/강남으로 떠나보낸지도/어언 오십 년//육십 고개 넘은 광야에서/두 형제 입모아 부르면/엄마는 우리 목소리를/하마 알아보실까"하고 읊조리는 '사모곡'에서 왜 헤매일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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