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험폐지에서 해법 찾아야 ...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


2002. 5. 22. - 한겨레 -



사법시험!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를 누리는 시험이다. 올해는 사법시험법이 제정되고 주관기관이 법무부로 이관되어 담당부서는 출제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등 사법시험의 권위를 높여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사법시험의 권위를 높이는 데서가 아니라 시험제도 자체의 폐지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사법시험은 법학교육 나아가 대학교육 전반을 압살하고 있다. 시험이 교육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바깥에서 권위를 누리고 있을 때 교육이 대응할 길은 단 한가지다. 본래의 교육을 포기하고 시험에 대비한 교육을 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교육자는 교육기관을 외면하고 그 수요를 만족시켜주는 장사꾼들에게 달려갈 것이다. 현재의 번성하는 신림동 고시촌과 공동화(空洞化)해가는 법과대학의 대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 사법시험은 비효율적이다. 시험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유능한 법조인력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시험이란 모름지기 시험적합성을 지닌 자만을 선발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하고 시험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대열에 참여하는 많은 지원자들의 인적자원이 사회적으로 사장되고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자나 통과한 자나 다 사고와 인격에 여러 장애를 겪게 된다.

시험이란 단지 '승복의 기제'일 뿐이다. 일정한 게임으로 승자와 패자를 갈라 패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사회의 한정된 재화와 기회의 배분에 있어 시험제도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사회일수록 아직 미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시험제도는 수험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제 사법시험과 같은 고부담시험은 폐지되고 시험에서 교육으로 중점이 옮겨가야 한다. 일정한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는 사실이 가장 확실한 능력의 증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증빙은 앞으로의 기나긴 전문가적 수련의 첫발을 떼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쳐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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