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특별기고―이의용<국민대 겸임교수>] 관심과 여유로 건강한 교회문화 북돋울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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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 27. 국민일보 내가 아는 목사님은 목회를 참 재미있게 하신다. 그 교회는 토요일 오후 2∼3시쯤에 당회를 연다. 그날 처리할 안건에 대해 미리 설명을 듣고는 대학로로 향한다. 거기서 부부 동반으로 연극을 관람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 그런 후에 부인들은 커피를 한잔 하고 남편들은 당회를 연다. 이렇게 하니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안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니 회의가 효과적이다. 부부가 함께 모임을 가지니 가족간에 친목이 된다. 연극을 보고 저녁도 함께 하니 분위기가 좋다.부인들이 당회 여는 날을 더 기다린다. 또 부인들이 기다리므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인지 이 교회는 장로 부부,목회자 부부가 서로 친밀하고 당회원들도 퍽 화목하다고 한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다. 식사하러 갈 때에는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마구 건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신호를 지키며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사람이 급하면 음식을 익히지도 않고 손으로 마구 집어먹는다. 그러나 여유가 생기면 음식을 적당히 익혀서 그릇에 담아 포크로 소리를 내지 않고 우아하게 먹는다. 여유는 사람에게 멋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바로 문화다. 우리나라 성도들의 표정을 보면 너무도 여유가 없어 보인다. 목회자들은 더 심하다.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 무슨 비상 상황에라도 처한 듯해 오래 얘기를 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성도들도 닮아간다. 주님이 언제 재림하실지만을 기다리며 비상대기를 하는 모습이다. 물론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상 사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삶은 여유를 잃게 되고 찌들게 된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유독 갈등과 분열이 자주 생기고 그걸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성도들이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전투적’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우리 교회문화가 너무 여유가 없고 척박한 탓이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을 행복하게 누리며 살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아름답고 건강한 문화를 잘 숙성시켜 세상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보시오”라고 권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도이고 선교다. 그런데 이 시대의 교회에는 그런 게 부족하다. 워낙 급하고 여유가 없다보니 익지도 않은 고기를 손으로 급히 집어먹는 꼴이다. 문화는 사는 방식이고 어떻게 살 것이냐는 여유있는 고민에서 나온다. 케네디 대통령은 각료회의중 논쟁이 가열되면 회의를 중단시키고는 시를 한 편 읽어줬다고 한다. 우리 교회에 이러한 여유가 있는가? ‘여유’를 함부로 얘기하다가 사탄 취급받기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역사상 강대국들이 약한 나라를 총칼로 점령했지만 문화는 손대지 못했다. 문화가 진정한 힘이다. 문화의 힘은 막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문화를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 강한 문화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100년을 넘었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어떤 문화를 숙성시켜냈는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불교의 팔만대장경이나 석굴암같이 깊이있는 문화 유적은 물론이고 내세울만한 문학작품,영화 한편 없다.우리나라 교회가 좋은 문화를 이뤄내려면 이제라도 성도들에게 여유를 되찾아주고 문화적인 삶을 누리도록 가르쳐야 한다. 급할수록,여유가 없을수록 그래야 한다. 주보에 시 한 편,그림 한 편을 실어주고 전시회 안내,음반과 도서 소개부터 시작해야 한다.그리고 복음이 담긴 좋은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의 충실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부터. 이의용<교회문화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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