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라운드 전략·홀별 공략 계획 미리 세우면 심리적 안정 도움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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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일 기억서 쉽게 사라지고 골퍼도 실수한 샷 더 오래 기억 프로나 평범한 주말골퍼나 중요한 라운드를 앞두게 되면 걱정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밤잠을 설치게 되고 다음 날 몸과 마음이 엉망인 상태로 라운드에 나서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라운드를 마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안과 나쁜 예감을 훌훌 떨쳐버리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1927년 구소련 출신의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독일 베를린대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연구소 동료들과 학교 근처 단골 카페를 찾았다. 인원이 많았던 데다 주문도 제각각이어서 주문 내용이 길고 복잡했다. 그런데 주문을 받았던 웨이터는 단 한 줄의 메모도 없이 정확히 주문한 음식을 내왔다. 웨이터의 비상한 기억력에 감탄한 그는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학교로 돌아오던 중 그는 깜박하고 자신의 소지품을 카페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카페로 돌아간 그는 웨이터에게 혹시 두고 온 소지품을 못 봤는지 물었지만, 웨이터는 자신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로 생각했던 웨이터의 예상 밖 반응에 놀란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금 전 자기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웨이터는 웃으며 자신은 어떤 주문이든 서빙이 끝날 때까지만 기억하고 그다음엔 모두 잊는다고 대답했다. 웨이터의 행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자이가르닉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완전히 종료된 일보다 끝나지 않은 일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 혹은 ‘미완성 효과’라고 부른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하고 있던 일을 끝내거나 목표를 완수하면 긴장이 풀려 금세 기억에서 지워지지만, 끝까지 마치지 못한 일은 미련이 남아 계속해서 우리 의식 속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더 오랫동안 기억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뇌는 기억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미 끝난 일은 될 수 있으면 빨리 뇌에서 지워버리고, 아직 남아 있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패를 쉽게 잊지 못하는 것도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다. 실패를 이미 끝난 결과가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한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고, 중요한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훨씬 더 오래 기억하며, 사업가가 실패한 사업 아이템에 계속 집착하는 이유다. 감질나게 일부 장면만 보여주고 끝나는 티저 광고나 결정적 장면에서 다음 회로 넘어가는 드라마도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 이러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한 예다. 골프에서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하면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골퍼들은 대부분 라운드 후 잘한 샷이나 플레이보다 실수한 샷이나 엉망이었던 플레이를 더 잘, 그리고 오래 기억한다. 이러한 기억들은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으로 남아 비슷한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을 유발하거나 자신감을 떨어트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한다. 흔히 스포츠 선수들이 돌이킬 수 없는 입스나 깊은 슬럼프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다. 끔찍한 실수의 기억이나 입스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실수한 자신의 라운드나 플레이에 관해 일기나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좋은 해결 방법의 하나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실패에 관해 잘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자세히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기억 속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심리적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당장 내일의 라운드가 걱정돼 잠이 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전전긍긍만 할 게 아니라 곧장 일어나 내일 라운드의 전략과 구체적인 홀별 공략 계획을 한번 세워보라. 자이가르닉 효과는 반드시 일을 완전히 끝내야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을 끝마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걱정거리나 미해결 과제가 해결 가능한 일로 인식되면서 마음의 마침표를 찍게 돼 심리적 안정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08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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