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인터뷰]토종 뮤지컬 무대 올리는 정성한(기계공 2001졸) | |||
---|---|---|---|
2003년 7월 7일 - 전자신문 - “외국에 나가보면 ‘문화=돈’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됩니다. ‘투란도트’나 ‘오페라의 유령’은 각각 2조4000억원과 1조원을 벌어들였지요.” ‘컬트삼총사’의 전 멤버인 정성한(33)이 총제작비 150억원을 들여 토종 뮤지컬 ‘펑키펑키’를 무대에 올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9년간 대학로에서 개그와 노래를 믹스한 ‘개그콘서트’를 연 그가 팀을 떠나 공연사업에 나선 것이다. 요즘 들어 연예인 ‘투잡스족’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고참 선배인 이경규가 참패한 ‘복수혈전’의 앙갚음을 위해 영화 ‘남파견문록’을 제작 중이고, 쿨의 김정수는 포장마차, 개그맨 박승대는 연예기획사, 윤정수는 퓨전 로바다야끼, 김형곤은 ‘다이어트코리아’를 각각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처럼 여전히 불모지에 가까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도 만만치 않았다. 컬트삼총사 멤버인 정찬우와 김태균은 ‘개그콘서트’에 전념할 것을 권유하며 반대했다. 게다가 브로드웨이나 라스베이거스 뮤지컬도 아닌 순수 국산 뮤지컬로 승부를 건다는 데 대해 모두들 무모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더 덩키쇼’를 보면서 토종 뮤지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더 덩키쇼’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디스코로 각색해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 “이젠 우리 뮤지컬도 변해야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새로 제작되는 작품들을 보면 뮤지컬에 쇼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게 새로운 흐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펑키펑키’는 극의 모티프를 ‘춘향전’에서 빌려왔지만 코미디와 쇼의 형식을 가미한 작품이다. 특히 기존 뮤지컬에서 관객이 공연을 바라보는 대상에 불과했다면 ‘펑키펑키’에서는 DJ가 객석과 무대를 가교처럼 연결해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또 개막에 앞서 극장 앞 거리에서 배우들이 쇼를 하고 뮤지컬 공연 직전에 5분짜리 입체영화를 상영하는 볼거리도 제공한다. “개그콘서트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모두들 비웃었어요. 무슨 개그로 콘서트를 하느냐는 것이었죠. 그러나 9년간 30만의 관객이 지켜봤어요. 쇼 뮤지컬이 지금은 불안해보일지 몰라도 분명 대중들이 즐거워할 공연이 될 겁니다.” 그는 ‘펑키펑키’ 외에도 랩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업가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 정성한이 바라보는 연예인은 사업하기 좋은 사람이다. 자신을 브랜드화해 세일즈하는 방법을 아는 데다 아이디어까지 넘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실패하는 것은 돈에 대해 무절제하고, 조직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선배·동료의 실패와 성공을 거울삼아 사업의 원칙을 세웠다. ‘돈’ 문제는 CFO에게 맡기고, 인기 유지와 관련된 개인 시간은 최대한 줄여 조직을 위해 쓰기로 한 것. 아울러 공부를 통해 꾸준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가 국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가을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 뮤지컬과 공연을 전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앞으로 펑키펑키를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도 올리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
이전글 | [횡설수설] 정성진/파업의 한계 (총장) |
---|---|
다음글 | "방송사 불공정거래 규제 강화" / 김도연(언론정보)교수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