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중앙 시평] 나쁜 진보, 나쁜 보수 / 조중빈 정치대학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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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28일(월) - 중앙 - 우리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정치하는 세상에서 살아 보기는 틀려버린 것일까? 나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기들의 색깔을 밝히기 싫어한다. 둘째, 세가 불리하면 정면대결을 피하고 희생양을 만든다. 셋째, 그것으로 역부족이면 너 죽고, 나 죽더라도 끝까지 가본다. *** 엉뚱하게 세대간 갈등 부추겨 바로 이 죽기 살기의 권력투쟁이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를 왜곡시켜 왔을 뿐 아니라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게 됐다. 순리대로라면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은 민주화의 시작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화투쟁의 예봉을 꺾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렇다면 김영삼 시대의 끝 김대중 시대의 시작은 진정 민주화의 축포를 높이 쏘아 올릴 수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아쉽게도 또 한번의 역사 왜곡이 이 나라를 절망의 구렁으로 빠뜨린다. 군사독재 체제의 최대 희생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보듬은 채 엉뚱하게 '젊은 피'로 수혈받기를 원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정도의 세대간 갈등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386은 아직 '운동권'을 지칭하는 말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노무현 시대, 386은 '세대'가 되었고, 그 '운동권'은 정부의 핵심을 구성하게 됐다. 세대는 갈등을 넘어 감정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진 말이 됐다. 정치권은 연일 세대교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기성세대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세대라고 몰아붙인다. "우리가 민주화 투쟁할 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호통까지 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민주화는 노무현 시대에 와 실종된다. 믿어지지 않으면 소위 '땡전' 뉴스와 지금을 비교해 보라. 구차하게 뉴스시간 조금 빌려 시쳇말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것하고 몇 개의 프로그램을 통째로 코드에 맞추는 것하고 비교나 할 수 있나. 이쯤 되면 민주화 세력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박정희 시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감옥에 가지는 않았더라도 평생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성세대, 자식들을 키우느라 분골쇄신한 죄밖에 없는 기성세대에게 돌팔매를 던질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이 왜 희생양이 돼야 하나? 기성세대가 무능하고 부패했다면 정치권이 그 진원지일 텐데 자기들이나 잘할 일이지, 70대 대통령이 바로 밑의 후배는 키우지 않고 훌쩍 뛰어 넘어 30대 '젊은 피'를 감싸고 돌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왜 정치판의 논리가 그대로 사회를 뒤집어 놓는가? 지역감정.세대감정, 이대로 가면 다음은 무슨 감정일까? 벌써 조짐이 보인다. 남성.여성 사이의 감정이다. 필요 이상 부풀려지고 정치적 야망을 가진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되면서 한 편에서는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선거철에 누가 불만 댕기면 일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도도하게 흐르는 세계사의 흐름이 있다. 권위주의는 민주화에 굴복하고 민주화는 민생정치를 꽃피워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것이다. 영남이 보수이고 호남이 진보일 수 없는 것처럼 늙은이가 보수이고 젊은이가 진보일 수 없다. 남자가 보수이고 여자가 진보일 수는 더더욱 없다. *** 국가 위태로울 땐 싸움 멈춰야 우리에게 무슨 남다른 잘못이 있다고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호주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는 데도 지역이요, 세대요, 남자요, 여자요 하고 있는가? 간단히 말해 보수란 생산을 문제 삼는다. 물론 진보는 분배를 챙긴다. 하나 더 보태면 민족보다 국가이면 보수이고, 국가보다 민족이면 진보다. 지금 우리나라 실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우더라도 국가가 위태로워지면 싸움을 멈추는 게 좋은 진보요, 좋은 보수다. 이제 국민이 이들의 색깔을 잘 구별해야 한다. 괜히 그들이 펴놓은 싸움판에 뛰어들지 말고 누가 우리의 호주머니를 챙겨줄 수 있는지 찾아보자. 이대로 가다간 논 팔아, 집 팔아 애들 교육비가 아니라 생활비 대주게 생겼다. 趙重斌(국민대 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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