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문화일보·산림청 주최 '소나무 생태기행'/ 전영우(산림자원)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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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사이로 문화향기 솔~ 솔~ [문화일보 2004-06-17 12:07] 어느 날 사는 게 시시해질 때 정신도 놓아두고 마음도 놓아두고 율곡 생가 지나 어흘리 마을 꽃보다 더 고운 연두색 나무들을 만날 것이다 만나서 체면도 차리지 말고 만나서 호들갑스런 인사도 하지 말고 그냥 연두색 나뭇잎에 싸여 마치 이곳에선 아무 할 일도 없듯 깊이 깊이 숨을 들이마실 일이다 그동안 쫓기듯 살아와서 무엇엔가 한참이나 밀리어 와서 남루해진 우리들 그때 덤으로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숲을 바라볼 수 있다면 한 이틀쯤 묵어가도 좋을 것이다. (김경실, ‘숲’) 울창한 소나무숲에서 시낭송회가 열렸다. 새들의 맑은 소리는 멋 진 배경음악이 되었다. 솔잎들 사이로 햇살이 고운 가루가 되어 흩날렸고 향긋한 바람이 불어왔다. 다람쥐 한마리도 시인 가까이 에 있는 나무 위로 쪼르르 다가와 앉았다. 하늘에서 별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무렵엔 가야금 연주가 이동희 씨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학생(선화예중 김주희·박상은 양 )들이 25현 개량가야금으로 ‘찔레꽃’ ‘고향의 봄’ 등을 연주 했다. 녹음 속에 울려퍼진 선율에 귀기울이다 보니 마음 한구석 이 문득 아련해졌다. 지난 12∼13일 강원도 영월군 법흥사를 거쳐 청령포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 휴양림에서 초당리 허난설헌 생가로 울창 한 솔숲을 찾은 발걸음은 마냥 즐거웠다. 솔씨와 소나무 묘목을 나눠주는 등 소나무 사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문화일보가 산림 청과 공동주최한 소나무 생태기행에는 문화일보 독자와 문화계 인사 등 60여명이 참석, 강원도 일대의 솔숲에서 음악회와 시낭송 회, 특강 등 문화행사를 즐겼다. 푸른 솔숲에서 안식을 얻고 우리 소나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 발견하기 위한 이번 기행에는 소나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나무를 노래하는 박희진 시인, 소나무를 그리는 이호신 화백, 소나무 박사 전영우 국민대 교수, 우리 그림 속의 소나무를 연 구하는 미술사학자 변영섭 고려대 교수, 소나무로 궁궐을 짓는 신응수 도편수, 산림청 조연환 차장 등은 이 여정에서 시와 그림, 강연을 통해 우리 소나무의 가치를 칭송했다. 박시인은 “울창한 솔숲은 진·선·미를 넘어선 거룩함과 성스러 움을 느끼게 한다”고 감탄했고 조차장은 “말못하는 나무의 입 이 되어주자, 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변교수는 “소 나무는 한국의 나무로 장수·절개·지조·우정의 상징으로 우리 그림 속에,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오랜 역사에 걸쳐 살아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수는 “50년전 우리 숲의 60%를 차지했던 소나무가 20년전에 는 42%, 현재는 25%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우리 숲을 사철 푸르 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라며 “그러나 소나무가 점차 사라지는 것은 기후변화와 공해, 병해충과 무관심 등 인간의 훼방 때문” 이라고 말했다.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를 요구하는 일상의 삶을 잠시 접 어두고 솔숲을 찾은 이들은 숲이 뿜어낸 건강물질 피톤치드와 테 르펜, 산소가 가득한 녹색 공기와 나무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함 께 담았다. 한밤중 별빛 아래 소나무를 껴안고 따뜻하게 쓰다듬 으며 자신보다 더 오래 세월을 견딘 나무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였 다. 단종의 슬픈 삶을 지켜보았다는 600년된 웅장한 소나무, 영 월 청령포의 ‘관음송’(천연기념물 381호)을 올려다보며 겸허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솔숲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넉넉한 품을 열어 주었다. 강릉·영월〓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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