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기고] 의원 됐으면 교수직 던져라 / 김동훈(법대학장)

[경향신문 2004-07-11 18:48]

전국의 대학 총장들이 최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서 정치·행정에 참여한 교수들의 자동 복직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려다 무산됐다고 한다. 대학교수의 무분별한 외도(?)에 대한 대학의 자정노력이 꺾인 것 같아 아쉽다.

이번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100여명의 현직 대학전임교수중 상당수가 휴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지역구에 출마하여 선거운동에 전념하면서도 휴직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 기간에 자신의 강의를 대강시키거나 휴강처리함으로 학생들이 받는 수업권의 침해는 더 말할 것이 없다. 낙선하자 잽싸게 학교로 돌아와 밀린 강의를 보강한다고 분주를 떠는 교수들의 행태가 약삭빠르다.


또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당선된 31명에 달하는 교수들의 거취도 문제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규정상으로는 4년이라는 기간동안 휴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당선자들이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다시 돌아올 안전장치를 확보해놓고 있다.


그러나 4년간 국회의원으로 일하기 위하여 가는 교수들은 교수직을 사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선적인 이유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휴직이라는 것은 잠시 직을 쉬는 것뿐이어서 교수정원을 점유하게 되어 학교에서는 그의 강의를 맡을 새로운 교수를 임용하기 어렵다. 결국 그 교수의 강의는 4년간 외부강사들에 의해 땜질식 강의가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학생들의 수업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교수들의 신분보장 욕구의 희생물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대학마다 공간이 부족하여 신임교수들은 한 방에 두 명씩 배정받고 있는 현실에서 4년간 굳게 닫힌 휴직교수의 연구실을 바라보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나아가 1~2년도 아니고 4년을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결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1년만 책상에서 멀어져도 공부줄을 놓치기 쉬운 것이 학문의 길이다. 4년을 학문의 길에서 떠나 있던 사람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다 해도 제대로 된 학문의 길을 계속하기도 어려우며 또한 학문공동체의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주기 쉽다. 오히려 국회 진출로 이제 자신의 적성에 더 맞는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옳다.


사회는 대학교수라는 직에 명예를 얹어주며 그들이 사회의 도덕성의 구현에 있어 좀더 나은 모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쟁과 부도덕성으로 얼룩진 국회의 상을 일신하는 데 30여명의 대학교수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문제 하나 도덕적이고 용기있게 해결하지 못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이들에게 그리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관계 진출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대학이 학문공동체로서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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