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오피니언] 포럼 - 규제 만들기 경쟁하는 ‘최악 국회’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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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있는 곳에 부패 있다. 이것은 행정학 연구자들이 강조하는 격언이다. 모든 규제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규제 신설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지적하는 말이다. 물론 국가안보와 시민사회의 안전, 질서 유지, 공정경쟁 보장 등 꼭 필요한 규제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시민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방해하거나 다른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을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어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임기만료 6개월을 앞둔 제20대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보이기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한 규제포럼에서 협회의 김주홍 실장은 20대 국회의원들이 하루 3개꼴로 규제 법안을 발의했고, 이 중 1개는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천을 염두에 둔 의원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지난달 22∼31일 사이 무려 440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기업 관련 법안 1263건 중 무려 83.7%가 민간기업의 자율을 침해하고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규제강화 법안’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은 규제를 없애는 경쟁을 하는데 우리는 규제를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우리만의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살펴보자. 환경보호를 위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과도한 규제로 소재산업의 발전을 스스로 막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경제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 법안으로, 여기에 찬성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마저도 반성한다고 말할 정도다.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만든 시간강사법은 수많은 시간강사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겠다고 2년 동안 30% 넘게 최저임금을 올린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긴커녕 수많은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없애고 말았다.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자 정부가 이를 메우기 위해 다시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만 않았어도 눈물을 머금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의 수가 이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법안은 이견이 없는데도 국회 파행 사태가 계속되면서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돼 온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개·망·신법’의 규제 완화를 위한 개정이 또다시 불발된 것이다. 여야가 이견 없이 합의했기에 개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신규 사업을 준비해 온 기업인들이 허탈함에 빠졌다고 한다. 그들의 실망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신규 투자가 미뤄지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함은 물론,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한마디로 제20대 국회는 ‘규제공화국’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임기가 끝나갈 때면 항상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20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갈 데까지 간 국회라고 하지만 이렇게 무책임할 수는 없다. 그러고도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에게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1220107391100000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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