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열린마당]협상에 의한 계약 활성화 / 김현수(BIT전문대학원)교수

[전자신문 2004-07-06 08:40]

최근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지식기반사업에 대한 계약을 할 경우 ‘협상에 의한 계약’을 우선 적용토록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사업, 정보화사업 등 무형적 정보기술재화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지식기반사업은 제조업이나 건설 등 타 산업에 비해 결과물의 가시성이 낮은 편이지만 지식과 기술의 집적도가 매우 높은 사업이다. 지식기반사업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 협상에 의한 계약을 기술우위자 우대 관점에서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정부의 조치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국가계약법이 입찰가격 중심의 전통적인 계약제도를 권장하는 소극적 관리시스템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적극적인 산업지원 시스템으로서의 국가계약제도로 변경하는 패러다임 전환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는 그동안 제기되어 온 지식기반산업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소프트웨어사업과 SI사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은 다양한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 기준의 적용이 공사 및 하드웨어 위주로 되어 있었다. 또한 소프트웨어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국가계약법에 규정하고 있었으나, 모법의 취지를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상세기준이 정통부의 기준과 조달청의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이원화돼 실무자들 간에 상당한 혼란이 있어 왔다. 따라서 협상에 의한 계약의 경우 기술이 우선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격의 비중이 커서, 그동안 업계는 저가입찰에 의한 과열 경쟁에 시달려왔고 정부는 국가 정보화사업의 부실화를 우려했었다.

 가격에 비중을 두는 것은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의 단기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가격 중심의 계약은 국가의 단기적인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계약제도를 운영하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익추구가 중장기적인 이익추구와 국가발전에 직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정보시스템의 경우 ‘계획-개발-운영-폐기’까지 총 수명주기 동안의 비용으로 전체 비용효과를 파악하게 되는데, 개발사업에서 저가 입찰을 추구할 경우 개발된 시스템의 품질 저하를 가져오게 되고 결과적으로 운영시 불필요한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사실 저가 입찰이 단기적인 이익은 가져올 수 있지만, 전체 수명주기 동안의 비용절감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고 대국민 서비스 등의 무형적 효과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반적인 경험이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가 무엇이냐고 묻자, 맹자는 ‘이(利)를 중시하고 의(義)를 경시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충고하였다. 왕이 이익을 추구하면 대부들도 이익을 추구할 것이고 대부들이 이익을 추구하면 일반 백성들도 이익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위 아래가 서로 다투면서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말이다. 정부계약시 현 시점에서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조직의 전체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정부는 소프트웨어사업의 계약자를 선정할 때마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조직 전체의 경쟁력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인가를 생각하여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의 기술력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기술 우위자에게 사업을 수행하게 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이 실무 계약 현장에서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계약 실무자들이 기업들의 기술력을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용이하도록 정보통신부고시인 기술성 평가기준을 이번에 개정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보완된 지침을 활용하여 개정된 시행령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의 활성화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의 성장과 국가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수 한국SI학회장, 국민대 교수 hskim@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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