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윤동호의 눈]검찰이 속내를 드러내다 / 윤동호(법학부) 교수

검찰이 속내를 드러냈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자 법무부 산하기관인 대검찰청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는 검찰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제출했다. 이를 보면서 사퇴 40여 일 전에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그 전후에 보인 검찰 행보의 속내가 선명하게 이해가 됐다.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도 그 이전 검찰과 다르지 않다.

인사청문회 종료 20여 분쯤 앞둔 시점, 판사 출신 법사위 야당 위원장이 조국에게 부인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되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할 것인지를 집요하게 물으며 사퇴를 압박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검찰의 판단에 따르면 그때는 사문서위조 혐의의 공소시효 완성을 20여 분 남겨둔 시점이기도 했다. 검찰이 조국 부인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조국 부인에 대한 기소 여부를 야당이 사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도록 기소 시기를 일부러 늦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신속하게 조국 부인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을 때부터 이상했다. 야당과 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검사가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고, 그 의도가 궁금했다. 검찰개혁을 실현하려는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을 막고자 그의 부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려 조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기소 시기를 야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검찰개혁법안을 국회의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처리할지를 두고 정치권이 험한 말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사건을 검찰이 접수해 경찰에 이관했다. 경찰이 수사를 충실히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국 부인에 대한 기소 직후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경찰로부터 송치를 받아서 직접 수사하겠다고 검찰이 나선 것도 이상했다. 검찰이 수사·기소의 원칙적 분리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담은 검찰개혁법안을 존중한다면 경찰이 수사를 일차적으로 종결하고 스스로 송치할 때까지 지켜보면서 직접 수사를 자제했어야 한다.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하도록 해야 했다.

소추권과 심판권을 같이 갖고 있으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처럼 수사권과 소추권을 같이 갖고 있으면 공정한 기소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제도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공수처가 있었더라면 검찰의 지금과 같은 행보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권력에 지나치게 취약한 정치권력과 언론매체도 검찰과 거리를 둘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과 협력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많은 검사가 일궈온 검찰의 명예가 일부 정치검사들로 인해 더럽혀지지 않도록 검찰개혁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원문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3&aid=000004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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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주간경향 |입력: 2019-11-20 09:27 / 수정: 2019-11-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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