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이창현의 TV들여다보기]드라마 운명은 광고주 손안에?
‘메트로’ ‘포커스’ ‘am7’….

지하철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무가지들이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쁠 게 없을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의 무료함도 달래고, 가벼운 화제거리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무가지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들 신문은 구독료 대신 광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광고주의 요구에 따라 신문의 1면을 전면광고로 도배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저널리즘보다 센세이셔널리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가지가 당장은 공짜인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품을 구매할 때 이들 신문에 대한 ‘구독료’를 간접적으로 지불한다고 보면 독자들의 입장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듯하다.

따지고 보면 CF로 재원을 충당하는 국내 지상파 방송들도 일종의 무가지 형태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중 MBC SBS는 물론이고 재정의 약 60%를 광고에 의존하는 KBS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방송법은 지상파들에 대한 광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시간을 총 방송 시간의 10%로 제한하고 있다. 시청률이 좋은 프로그램에 몰아서 광고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방송은 제한된 전파 자원을 사용하는 공익의 수탁자이기 때문에 방송 편성과 프로그램이 광고주의 입맛대로 좌우되어서는 더 더욱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방송을 보면 광고주를 의식한 듯한 프로그램이 많다. 광고주들이 원하면 프로그램이 계획보다 늘어나고, 광고주가 외면하면 프로그램이 편성에서 사라지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청률 50%를 웃도는 MBC ‘대장금’은 늘어나는 고무줄 신세요, 최근 시청률이 예상보다 낮은 SBS ‘왕의 여자’는 줄어드는 신세다. 모두 다 고무줄 편성의 희생양이다. PD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늘이기’ 편성은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것이며, ‘줄이기’ 편성은 드라마의 흐름 자체를 끊어 버리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MBC ‘대장금’은 한 상궁의 죽음을 예정보다 10부 이상 연장했고, 당초 80부작이었던 SBS ‘왕의 여자’는 반 토막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드라마 편성의 잣대가 시청률이라고 해도 그 속에는 광고주의 은밀한 요구가 숨어 있다. 광고주들은 자기 상품 광고를 몇 명의 시청자가 보게 되는지에 큰 관심을 둔다.

그렇지만 방송사가 광고주에 의해서 휘둘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시청률에 의해 늘이기와 줄이기가 되풀이되는 드라마 편성과 제작은 방송인 스스로 자존심을 깎아 먹는 결과이기도 하다. 방송인의 자존심과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방송인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chlee@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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