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그림속의 얼짱 몸짱]마녀는 미녀다…惡女 뜨다 / 이명옥(미술)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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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악녀의 시대다. 사악하고 불온한 악녀들은 ‘천사 표’ 여자들을 부추겨 질펀한 욕망의 부름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현실에서 뿐 아니라 방송, 책, 영화에는 위험하고 음탕한 마녀들이 넘쳐난다. 잡지에는 ‘할리우드의 섹시한 반란자'‘(피플), ‘너랑 한 번 할 거야’(보그) 등 도발적 제목들이 버젓이 등장한다.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흥행작 ‘시카고’와 영화 ‘참을 수 없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터놓고 요부(妖婦)를 찬양했다. 미모의 저자가 암캐를 자처한 ‘비치’라는 책도 나왔다. 21세기형 요부는 단지 섹스 도구에 불과했던 과거의 요부와는 달리 강한 개성과 성적 매력을 밑천 삼아 유혹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려 한다. 신종 ‘팜므 파탈’(Femme fatale·요부, 악녀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등장은 지성미와 섹스어필하는 여자가 인생을 주도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요부는 에로티즘을 자극하는 원천이요, 남성은 에로티즘에 유혹당하기 쉬움을 현대인들은 절감하고 있다. ‘에로티즘’의 저자 ‘바타이유’는 인간은 금지된 성의 울타리를 무너뜨릴 때 아주 강한 쾌감을 느낀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생식에 목적을 둔 동물의 성행위와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에로티즘은 명백히 다르며, 문명사회는 에로티즘의 가공할 파괴력을 잠재우기 위해 성을 금기로 묶어두었음을 강조했다. 굳이 바타이유의 이론을 들추지 않더라도 성욕은 억압할수록 커지며, 두려움은 욕망에 기름을 붓는다는 것을 숱한 문학작품과 영화·미술작품들은 입증하고 있다. 폴란드 화가 렘피카(1898∼1980)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욕망의 해방을 부르짖은 성욕의 화신들을 충격적인 주제와 기법으로 재현해냈다. 섬뜩한 붉은 입술을 도발적으로 내밀며 뜨거운 욕정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는 나부(裸婦)들! 뱀처럼 뒤틀린 몸과 게슴츠레한 눈빛은 바라보는 이의 영혼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렘피카가 섹스의 황홀경에 빠진 요부들의 이미지를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스스로 거침없는 팜므 파탈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1920∼30년대 화단(畵壇)의 프리마돈나로 군림했던 렘피카는 관음증, 그룹섹스, 동성애 등 파격적인 에로틱 그림들을 잇달아 선보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첫 남편 타도이츠가 그녀의 광적인 쾌락 탐닉, 대담한 성적 편력에 질려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렘피카는 미모가 시든 말년에도 40년 연하의 조각가와 정염을 불태운 화끈하고 본능에 솔직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 그대로 얼음처럼 차갑고 불같이 뜨거운 요부들을 예술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했다. 팜므 파탈 자격에 도전하기 위해 현대 여성들은 어떤 끼를 지녀야 할까? 위선의 겉옷을 들춰 붉은 욕망의 속살을 보여주고, 연애와 로맨스의 허상에서 자유로우며, 뼈저린 고독과 살을 적절히 섞으면서 절정에 도달하는 것. 이런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친 여자만이 달콤한 유혹과 차디찬 거부의 감정을 능숙하게 조절하는 프로 요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요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옥 사바나미술관장 국민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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