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미디어비평] 정형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TV 속 다문화가정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9월 14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미디어비평] 정형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TV 속 다문화가정"

- 미국, 유럽 출신 백인은 전문직, 호감형, 동경의 대상

-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는 가난하고 학력 낮은 부적응자, 동정심 유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양원 PD>
1) 미디어 비평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추석 연휴에도 변함없이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추석명절을 맞아 ‘가족’에 대한 이야기 준비하셨다구요?

<조수진 교수>
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아니면 이동 중에 함께 들으실 거 같아...가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미디어에서 ‘가족’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을까요? ‘재현’이라는 의미는 언어, 이미지 등을 사용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미디어에서 재현하는 현실이 수용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잘 살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김양원 PD>
3) 보통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가족을 생각한다면...많은 변화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굉장히 많은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의 모습이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모습이었죠? 가족 시트콤도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수진 교수>
네, 조부모, 부모, 자녀로 구성된 가족구성원의 모습이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부모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형태가 일반적인 모습으로 다뤄지고, 점점 1인가구를 보여주는 드라마도 많이 선보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가구 형태로 동거 형태의 모습도 드라마를 통해 재현됐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변화가 있다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재현인데요. 오늘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김양원 PD>

4) 네, 언제부턴가 다문화가족 이야기가 TV에서 많이 보여집니다. 사실 예전에는 명절 때만 되면 외국인 노래자랑..뭐 이런 프로그램들이 고정 편성됐었죠?
그런데 외국인, 다문화가정을 다루는 프로그램에도 조금 전에 말씀하신 가족에 대한 재현처럼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수진 교수>
네, 우리나라 외국인 이주자가 점점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요,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체류 외국인은 236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최근 5년간 매년 8.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미디어는 이주민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1990년대부터 이주민들을 모습을 적극 다루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2005년경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처방안 논의로 우리사회에 다문화 담론이 급격히 부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에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을 정형화된 모습으로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피디님은 다문화가정하면...어떤 프로그램 내용이 생각나시는지요?

<김양원 PD>
5) 일단 티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농촌에 시집와서 겪는 이주여성의 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나구요, 한국말이 서툴러서 생기는 갈등, 시어머니와의 갈등, 그런데 여러 과정을 겪고 우리사회 정착해나가는 그런 다큐멘터리가 떠오릅니다.

<조수진 교수>
네. 다문화가족은 국제결혼을 통해 서로 다른 국적의 배우자는 만나 가족을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한국 미디어에서 재현된 결혼이주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고, 학력도 낮고, 언어나 문화적인 면에도 적응하지 못해 굉장히 소외된 모습으로 다뤄집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다문화가정을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뉴스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미디어를 통한 이주민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인종, 민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들이 생기기 쉽습니다. 한 예로, 요즘엔 대학교에 외국학생들이 엄청 많습니다. 제 수업에도 외국학생들이 많은데요, 제자 중 한 남학생이 수업을 같이 듣는 베트남 여학생을 사귀게 됐습니다. 베트남 학생들이 굉장히 똑똑합니다. 이 학생이 여자 친구와 사귀며 느낀 건데, 어르신들이 여자 친구를 보면 결혼하려고 한국에 왔냐고 그렇게 많이 물으신답니다. 그러니까 미디어를 통해 이주민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졌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이야기합니다.

<김양원 PD>
6)유학생인데...그러고보니 인종, 성별에 따라 재현의 차이도 있는 거 같습니다.

<조수진 교수>
[드라마 속에 재현된 외국인과 한국의 다문화주의] 에 관한 연구가 있는데요, 보통 다문화관련 미디어재현 연구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재현된 모습을 분석한 연구들이 많았는데, 이 연구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지상파 3사 드라마를 분석해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지상파에서 외국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전체 512편의 드라마 중 33편이었구요, 전체 대비 6.4%로 비중이 낮았구요, 역할도 대부분 조연, 단역입니다.
이 연구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이건데요, 극 중 역할을 유형화합니다. 결과적으로 동경집단, 동정집단, 근접집단, 기타집단으로 나뉩니다.

<김양원 PD>
7) 이 유형화를 보면 한국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수용자들의 인식을 알 수 있겠네요

<조수진 교수>
네, 동경집단에는 미국, 유럽 출신의 백인, 백인혼혈인이 속하는데,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으로 외모, 성격도 호감형으로 묘사가 됩니다. 반면 동정집단에는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유색인종, 흑인혼혈인이고, 여성인 경우가 많고, 사회 하류층으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동정집단 혼혈자녀의 경우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차별받는 모습이 그려지구요,
그러니까 특정 인종, 민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상당히 많이 드러나고 있는 거구요, 인종별 위계적 차이도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8년 동안의 작품을 연구한 건데요, 시기별로 별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여성, 사회 소수자에 대한 문화적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나, 미디어에 나타난 다문화 담론은 다문화주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김양원 PD>
8) 동정집단의 경우 도움을 줘야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조수진 교수>
다문화주의와 관련해 ‘다문화 수용성’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입니다. 다문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민족, 인종과 공존하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의미하는데요, 다문화콘텐츠 시청량이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문화배양이론과 연결해 설명을 하는데요, 문화배양이론이 뭐냐면, 텔레비전 폭력 연구에서 시작된 이론입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폭력적이 되는가...하는 문제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텔레비전 노출 정도에 따라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데요, 다문화 관련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되면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대로 다문화 가족,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미디어가 적극 활용될 수 있겠다...라는 걸 의미하게 되는거죠..이 연구에서는 ‘미녀들의 수다’ 기억나시죠? 이 프로그램이 다문화 수용성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너무 우울하고 슬프고, 무겁게 설득하기보다는 밝고 오락적 장치를 가미한 포맷이 인식개선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양원 PD>
9) 그래서인지 모 퀴즈 프로그램의 경우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또 한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외국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던데요.

<조수진 교수>
네, 동화하려고만 하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래서 요즘은 다문화주의보다 상호문화주의로 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문화여성들이 미디어를 활용해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최근 이주여성들을 중심으로 팟캐스트, 이주민 방송 등의 소규모 방송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이 정책화될 수 있도록 선거에도 적극 참여하자는 캠페인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디어만 아직 그 자리인거 같아 아쉽습니다. 이제는 수용성 증진을 위한 콘텐츠 정책 방향을 고민해야겠습니다.

<김양원 PD>
10) 네, 오늘은 추석연휴를 맞아 새로운 가족의 의미, 다문화 가정에 대한 미디어의 접근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교수님, 어서 가셔서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인사)

 

원문보기: https://www.ytn.co.kr/_ln/0106_201909120645448977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그림속의 얼짱 몸짱]누드는 환상이다…"꿈깨" / 이명옥(미술)겸임교수
다음글 목표없이 휘두르는 ‘습관적 스윙’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뿐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