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이너 사그마이스터,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전시 /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 센터
2004년 03월 14일 (일) 15:57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전시가 서울 대학로에 새로 문을 연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 센터’(11일~4월 18일)에서 열린다. 제목은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 지난 주말 한국에 온 사그마이스터씨에게 ‘어떻게 디자인으로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디자인은 의사소통입니다. 엄마나 친구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만 대중을 상대하기는 어렵지요. 제가 진정 남의 마음을 움직였던 디자인은 두 가지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오스트리아 친구를 위해 맨해튼에 붙였던 벽보. 친구의 사진과 함께 ‘여성들이여, 부디 이 친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뉴욕 여성들에게 기가 죽어있던 친구를 응원해달라고 한 포스터 덕분에 친구는 용기를 얻었고 애인도 생겼다”고 사그마이스터씨는 말한다. 또 하나는 그의 디자인 세계를 집약한 책 ‘메이드 유 룩(Made You Look)’. “디자인의 감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지요.”







현재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롤링스톤스와 루 리드 등의 앨범 커버로 유명하다. CD뿐 아니라 각종 광고·아트북·잡지·패션 카탈로그 등을 디자인하는 그는 앤디 워홀이 만든 롤링 스톤스의 앨범, 또 밴드 킹 크림슨의 앨범 디자인에 반해 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디자인은 첨단 유행을 따르는 대중적인 디자인도, 전위적이고 난해한 디자인도 아니다. 파격적이기 보다는 따뜻하고 디자이너의 손맛을 통해 감성에 호소한다.



종이를 이리저리 구겨 패션쇼 안내장을 제작하기도 하고 자신의 몸에 직접 글씨를 적은 뒤 사진을 찍어 포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뉴욕 9·11 테러 현장에서 금속 파편을 주워다가 가슴에 꽂는 핀을 만들며 구호성금 모으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포스터와 잡지 화보, 크리스마스 카드와 청첩장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이 나온다. 함께 등장하는 디자이너의 스케치북은 그의 머릿 속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가 ‘당신 맘대로 디자인해보라’고 했거든요. 그게 더 어렵더라고요. 결국 옛날에 써놓은 일기장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훌륭한 디자인은 우선 내용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 그는 “음악은 형편없는데 앨범 재킷만 멋지다면 결코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디자이너들은 성공할수록 회사 규모를 작게 유지하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면 경영에 나서야 되고 디자인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최근 본 좋은 작품으로는 ‘만화의 말 풍선을 그려놓고 뉴욕 행인들이 빈칸에 아무말이나 적게 한 뒤 사진을 찍는’ 한국계 디자이너 지리(Jee Lee)의 포스터를 꼽았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제품의 포장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 사그마이스터씨는 “언젠가 콜라 캔, 그리고 (그를 디자이너의 길로 이끈) 밴드 킹 크림슨의 앨범 재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02)745-2491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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