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로스쿨 도입… 법조인력 충원방식 변화가 우선 / 김동훈(법대학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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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9 17:57 로스쿨이란 미국의 독특한 법학 교육제도인데 현재 우리 나라의 법학 교육체제와 비교해 가장 큰 특징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3년간 대학원 과정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로스쿨에서 정상적으로 교육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주(州)별로 변호사 시험을 거쳐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험 제도와의 관계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면서 내건 모토는 법조인 양성 체계를 ‘점에서 프로세스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즉 단 한 번 경쟁 선발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의 이수를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시험에서 교육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함으로써 이른바 ‘고시 낭인’을 줄이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0년까지 시험 합격자 수를 3000명선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했으나 인가된 로스쿨의 입학 정원은 6000명을 상회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사법시험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다양한 실무교육 등 자유로운 교육 과정의 실시가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로스쿨은 사법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할 위치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3년간 비싼 학비를 들여 공부하고 나서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다수의 졸업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막막한 실정이다. 따라서 로스쿨 체제가 정착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사회에서 필요한 법조인 수가 얼마라는 것을 국가가 정하고 경쟁 선발시험을 통해 그 인원만큼 합격시켜 면허증을 부여하는 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대신 일정한 교육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자격시험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변호사의 과잉 배출 등의 처리는 시장 기능에 맡기면 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얻은 변호사 자격이 그만한 반대급부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선호도가 감소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로스쿨 도입을 논의하면서도 여전히 적정 법조인 수가 얼마이고 그에 따라 로스쿨 총 입학 정원이 얼마여야 하는가의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다수의 대학이 사활을 걸고 이를 희망할 것인데,현재 전국에 법과대학이나 법학과를 갖고 있는 대학이 90여개나 되고 그 정원은 1만명이 넘는다. 그렇다고 일부 대학들에만 설치를 허가할 경우 나머지 대학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결국 준칙주의를 취한다해도 인적 물적 시설의 준비에 상당한 수준의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경쟁적으로 많은 자원의 중복 투자도 우려된다. 게다가 여러 여건상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군소 대학들과 거기에 재직 재학하고 있는 교수나 학생들의 처리도 어려운 문제다. 로스쿨 체제에서 학부 법학 교육의 의미를 찾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며 방치하기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로스쿨의 도입이란 단순히 새로운 법학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의 양성과 선발을 더 이상 국가 주도가 아니라 시장에 맡긴다는 법조인력 충원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전제하지 않은 절충식 제도의 도입은 오히려 혼란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김동훈(국민대 법대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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