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발로 찾은 ‘금강문화의 숨결’ / 국사학과 역사문화총서 시리즈 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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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5-03-18 18:15] 국민대학교 국사학과는 국내 대학에 개설된 국사학과 가운데 학생 수가 가장 많고, 역사에서는 2번째다. 그러나 이 학과 학부 및 졸업생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규모나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 ‘실사구시’의 학풍이다. 실시구시 학풍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현장답사. 이 학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적답사’를 전공필수 과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답사를 실험실습과목으로 지정하고, 영상기기와 컴퓨터 등 첨단기자재를 갖춘 답사실습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학과 학생들에게 봄, 가을의 정기 학술답사는 피할 수 없는 코스다. 답사를 정규과목으로 지정, 30년 가까이 전국 문화유적 답사를 실시해온 이들에게 아쉬운 점은 제대로 된 학술답사 안내서가 없다는 것. 90년대 이후 문화유산답사기가 줄을 이었지만 대부분 유물·유적 등 문화재 중심의 책자이거나 행정구역 단위의 안내서여서 역사를 통사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01년경 이 학과 교수·대학원·학부생들은 축적된 답사 경험을 책으로 묶어내기로 하고 연구팀을 구성, 매년 1~2권씩 ‘문화권’ 별로 역사문화총서를 내고 있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장석흥 교수는 “문화권이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통혼권, 생활권, 학맥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역사문화 공간”이라며 “총서 발간은 문화권을 통해 우리 역사를 이해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문화권은 행정상의 지역구분과 다릅니다. 예컨대 구례와 하동은 전라도, 경상도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권으로 묶이고 충남 논산과 전북 익산은 금강 문화권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 정도로 언어, 생활권, 학맥 등에서 얽혀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답사서는 이런 문화권에 대한 고려가 없었지요.” ‘우리 역사문화의 갈래를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총서는 지난 2003년 ‘안동문화권’을 시작으로 ‘경주문화권’·‘지리산문화권’(2004년)에 이어 최근 ‘금강문화권’(이상 역사공간) 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권’ 총서는 지리적 공간을 역사 흐름과 연계시키며 우리 역사를 통사적으로 구성, 기록에만 의존하는 문헌사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또 문화권 내의 유물과 유적을 역사 흐름 속에서 파악해 기존 문화유산답사서와 차별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출간된 ‘금강문화권’은 금산·옥천·보은·대전·공주·부여 등 금강유역과 금강을 배후로 한 논산·익산·김제·군산 등을 하나의 공간으로 파악, 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더듬고 있다. 장교수는 “문화권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흔히 한성~웅진~부여로 이어지는 백제의 남천(南遷)은 정치세력의 변동 등 정치사회적 관점에서만 보려 하는데, 문화권 개념으로 본다면 금강 배후의 넓은 평야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지역이 조선시대 서인세력의 본산이었던 점도 풍부한 사회경제적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요.” 문화권 시리즈의 저자는 ‘국민대 국사학과’이다. 학과 이름으로 출간했지만, 책의 내용과 편집은 여느 답사서를 뛰어넘는다. 역사학도들이 수차례 현장을 발로 뛰며 쓴 답사기답게 역사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거의 매쪽마다 실린 유물·유적 사진도 수준급. 역사공간 주혜숙 대표는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문화유적 답사안내서여서 독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국사학과는 앞으로 태백·영산강·탐라·낙동강·강화·서울 근교로 이어지는 문화권 답사서를 출간, 모두 11권(총설 포함)의 역사문화유적 총서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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