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우즈의 붉은 셔츠·김세영의 빨간 바지… 레드는 지배·승리의 色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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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채의 심리학 마지막 라운드 때마다 빨간 바지 두 선수의 실력이 엇비슷할 경우 무의식적 우월감·강한 느낌 인식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김세영은 지난해에만 3승을 거두며 275만3099달러(약 32억4315만 원)를 벌어, 4승을 거둔 고진영에 이어 상금 랭킹 2위를 차지했다. 김세영은 2015년 LPGA투어 데뷔 이래 지금까지 통산 10승을 올렸다. LPGA에서 김세영보다 우승이 더 많은 한국인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등 3명뿐이다. 김세영은 그러나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서인지 그동안 김효주, 전인지, 고진영, 박성현 등에 비해 저평가된 면이 없잖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김세영은 첫 승을 포함, 4승을 연장전에서 거뒀다는 점이다. 그만큼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김세영은 150만 달러(17억7000만 원)가 걸린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18번 홀에서도 과감한 퍼팅으로 7.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극적으로 집어넣고 우승했다. 국내에서 거둔 5승 역시 모두 역전 우승이었다. 오랫동안 김세영을 곁에서 지켜본 부친, 코치에 따르면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대담하게 플레이한다. 실수가 나오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때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금세 훌훌 털어버릴 만큼 낙천적이다. 이런 그의 별명은 ‘빨간 바지의 마법사’. 마지막 라운드 때마다 빨간 바지를 꼭 챙겨 입기 때문이다. 프로에 입문할 때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기 위해 빨간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지막 날 ‘붉은 셔츠’를 입고 나오는 것을 벤치마킹한 듯하다. 김세영이 가진 빨간 바지는 100벌이 넘는다. 스포츠심리학의 관점에서 빨간 바지를 입은 김세영이 대회 때마다 놀라운 플레이로 곧잘 경기를 뒤집고 우승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영국 더럼대의 연구에 따르면 스포츠에서 빨간색은 바로 승리의 색이기 때문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레슬링, 태권도, 권투 등 투기 종목 선수들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유니폼, 보호장구가 무작위로 지급됐다. 연구팀이 총 457개의 투기 경기를 분석한 결과,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승률이 55%로 45%에 그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앞질렀다. 특히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할수록 색깔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승률은 62%까지 치솟았다. 1947년부터 55년간 영국 축구리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가 다른 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 득점과 승률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빨간색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색이 갖는 생리적 효과 때문이다. 색이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빛 중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400∼700나노미터(㎚) 크기의 파장을 가진 가시광선이 시신경을 자극해 일어나는 지각 현상이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보면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띠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색들은 인간에게 저마다의 고유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분홍색은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으며, 파란색은 도덕적 판단과 행동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일부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감방과 유치장 벽의 색을 분홍색으로 칠한 결과, 재소자들의 폭력적인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와 일본의 나라현에서는 주요 우범지역의 가로등 불빛을 푸른색으로 교체한 뒤 범죄율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빨간색도 마찬가지다. 빨간색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지배 성향 또는 공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코원숭이를 비롯한 많은 동물은 지위가 우월한 수컷일수록 몸이 짙은 빨간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무의식중에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거나 강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빨간색이 힘과 권력의 상징이 된 것은 사회문화적인 배경도 있다. 화학 염료가 없었던 옛날에는 주로 동식물에서 색을 얻었다. 붉은색을 만드는 대표적인 동물성 염료인 코치닐은 1㎏을 얻는 데 무려 10만 마리의 연지벌레 암컷이 필요했다. 당연히 무척이나 고가였던 빨간색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색깔이 아니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권력가들을 ‘코시나티’라고 불렀는데, 이탈리아어로 ‘빨간색을 입은 자들’이란 뜻이다. 실제 이들은 빨간 화장과 의복으로 일반 평민과 자신들을 차별화했다. 현대에 와서도 대중은 레드카펫 위에서 온갖 자세를 뽐내는 유명 인사들에게 환호를 보낸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1290103243900000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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