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며] 모르는 것들과의 싸움을 응원하며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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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릴 때 대영박물관에 데려갔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집트 전시실에서 미라 실물을 맞닥뜨린 이후, 제 딸은 한동안 미라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다시 살아날 것 같았답니다. 이 기억은 이제 훌쩍 커버린 딸을 놀릴 때 소환되곤 합니다만, 어린 시절 귀신이나 외계인, 지구 종말을 걱정했던 사람은 제법 흔합니다. 사람들은 왜 쓸데없이 두려워할까요? 진화심리학은 공포감이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겁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일찍 죽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것은 일단 두려워해야 목숨을 보존하는 데 유리할 겁니다. 우리는 겁쟁이들의 자손들입니다. 요즘 우리는 무섭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중국의 감염자 수 증가가 두렵고, 그 수치가 사실 크게 축소된 것이라는 소문에 두렵고, 곧 대유행이 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자꾸 사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공포는 빨리 확산됩니다. 매일 행사와 약속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출장이 취소되었고, 강의와 학술행사가 사라지더니 이제 대학의 졸업식과 개강까지 불투명합니다. 두려움이 실물경기로 전파되는 추세도 보입니다. 예약이 안되던 식당에는 빈자리가 늘었고, 유통과 여행업계의 지표들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듯 합니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해서 두렵습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 바이러스는 얼마나 치명적인지, 치료방법이 있는 것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좀 더 알게 되면 두려움은 좀 더 줄어들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 사라진 것도 그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뭔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의 지구침공은 특수상대성이론 덕분에 초광속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구종말 예언들은 제 나름 어떤 역사적 이유로 생겼다는 걸 알게 되면서, 두려움은 차차 사라졌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2041387095122?did=NA&dtype=&dtypecode=&prnewsid=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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