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럼>통합신당 ‘가치 중심’돼야 가망 있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보수 통합의 시동은 걸렸으나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더듬어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는 하지만, 총선이 불과 7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언제까지 암중모색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진행 중인 통합 과정은 중도 보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인물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황교안과 유승민, 안철수, 그리고 이런저런 기성 정치인들이 연일 거론되면서 국민에게 기성 정치인들이 또 한자리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비친다. 이래선 감동도 희망도 기대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 범(汎)중도 보수 세력의 통합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통합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해 의석을 확보하는 데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통합의 이유도 명분도 없다. 보수 정당의 적자라는 자유한국당이나 꼬마 보수 정당에 의석을 주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국민이 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피땀 흘려 만들어 온 60년 대한민국의 성과를 현 집권 세력이 불과 3년여 만에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무차별적 현금 살포형 정책으로, 일하지 않고도 잘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채를 쌓아 다음 세대에 빚더미를 넘겨주는 파렴치한 정부다. 또, 북한 핵이 기정사실화했음에도 북한 정권을 지원하지 못해 안달이 난 정부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방해하면서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지라고 하는 뻔뻔스러운 정권이다.

보수 중도 통합 신당을 출범시키겠다고 앞장선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의 박형준 위원장은 “혁통위에서 통합 신당의 가치를 세웠다. (그것은)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공화·공정과 창조성·휴머니티”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나타난 가치를 바탕으로 범중도 보수 세력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고 자율과 창의를 통한 경제·사회 발전을 추구하되,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한국 보수주의가 지향해온 가치들이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들은 조건 없이 통합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가치를 실현할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장기적 쇠퇴기를 경험하고 있다.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도 국민총소득은 줄어들었고, 수출과 투자는 20개월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때에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저소득층과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4·15 총선은 집권 세력의 무능과 정치적 폭주를 막아 이들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되살려야 하는 중차대한 선거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통합 노력에서 자신의 역할이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도 신당들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자신만이 보수 세력의 적자이고,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역사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느냐 반대했느냐를 가지고 통합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과거에 매달려 있으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착각에 불과하다. 작은 정파적 이익과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통합 대신 분열을 획책하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중도 보수 가치 앞에 모든 것을 버리고 동참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2040107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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