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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AI가 만든 드라이버 페이스는 ‘물결무늬’… 평가항목 모두 만점/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인공지능이 골프에 미칠 영향
美 용품회사 58억원 슈퍼컴 이용
1만5000개 제작 최선 제품 출시
최고 볼 스피드·최적 디자인 구현
각국 골퍼·전문가 관심·호평 받아
용품 성능개선·피팅 효과 극대화
레슨·연습에도 긍정적 변화 기대
美·유럽선 인공지능 캐디 상용화

3년 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끈 세기의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 구글이 개발한 최첨단 인공지능(AI)과 바둑의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바둑계를 비롯해 사람들 대부분은 당연히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그때까지 알려진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으로 인간을 이기려면 최소한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체스에서는 이미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하지만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도 경우의 수가 많다는 바둑은 여전히 컴퓨터가 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이런 예상과 달리 대국 결과는 컴퓨터의 승리로 끝나면서 인류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알파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공지능 기술은 어느새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골프에서도 인공지능 혁명이 벌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골프용품 회사가 올해 출시한 드라이버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드라이버 개발에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500만 달러(약 58억 원)나 되는 돈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구매했다고 한다. 보통 새 드라이버 개발에는 5∼7개 정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험해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드라이버 개발에는 무려 1만5000개나 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험했다고 한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34년이나 걸렸을 엄청난 양의 작업이다.

그 결과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물결무늬 모양의 불규칙한 비정형의 페이스 디자인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골프 규칙의 드라이버 규격 제한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고의 볼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드라이버는 미국의 한 골프전문지가 매년 최고의 클럽을 선정하는 심사에서 출품된 129개 클럽 중 유일하게 4가지 평가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는 등 올해 출시된 신제품 중 전 세계 골퍼와 전문가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첫 드라이버 제작의 성공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앞으로 골프계에 인공지능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은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와 패턴 인식을 통해 기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인간이 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골프계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 드라이버 사례처럼 골프용품 개발이나 클럽 피팅 분야다. 클럽 테스트나 골퍼들의 스윙 분석을 통해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럽 및 샤프트의 성능 개선이나 피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골프 레슨과 연습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초당 수천 장의 사진 촬영이 가능한 초고속 카메라와 동작센서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티칭 시스템은 인간의 눈으로 미처 식별할 수 없었던 매우 미세한 차이까지 잡아내며 스윙의 오류와 원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과거 유사 사례의 검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 방법도 제시해 줄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골프 연습과 훈련의 효율을 높이고 빠른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골프장의 풍경도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 카트는 골프장의 관제센터와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된 자율주행 로봇 카트로 바뀔 것이다. 관제센터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카트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 교통의 흐름을 분석해 병목 구간을 줄임으로써 라운드 시간을 줄여 줄 것이다. 또 샷의 위치와 클럽 정보 등 골퍼들의 라운드 데이터는 카트로 자동으로 전송·입력돼 스코어는 물론 다양한 경기 통계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각 골퍼의 라운드 데이터는 다시 인공지능 캐디에게 전달돼 공의 라이나 위치에 따라 최적의 클럽과 공략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혹시 먼 미래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GPS와 RFID(전파 식별) 기술을 이용해 샷의 위치와 거리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해 스코어와 각종 경기 통계를 실시간으로 산출할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클럽 선택과 코스 공략법 등 인공지능 캐디 서비스까지 가능한 제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상용화됐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21&aid=000241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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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일보|2019-12-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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