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용산기지 협정’ 바람직한 마무리/목진휴 국민대 행정학 교수
[서울신문 2004-10-27 10:12]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과 이행합의서,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다.
이제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게 되면 정식으로 발효되게 된다.

약 15년동안 우여곡절의 협상과정을 통해 이뤄진 이번 양국간의 합의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100년 이상 우리의 수도에 외국군이 주둔했던 그리 달갑지 않은 역사를 종식하게 된다.

물론 우리가 처한 안보적 환경이 특이하다곤 하지만 세계의 어느 국가에서도 국가의 수도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미군의 기지 이전은 국가의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다.

특히,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정책의지가 실현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런가 하면 군사기지를 도시의 밀집지역으로부터 외곽지역으로 옮김으로써 기지 지역을 재구조화할 수 있다.

자연을 복원하여 환경 친화적으로 꾸며질 용산지역은 서울 도심지역의 주민들이 일상 생활에서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용산기지의 이전에 관한 양국간의 합의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걱정도 적지 않다.

우선 굴욕적인 협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전 대상 부지의 규모가 과다하며, 이전 비용의 부담도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군의 기지이전이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이므로 기지이전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우리가 부담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지이전 대상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미칠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자신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점을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정책의 결정에는 동전의 앞뒤와 같이 양면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이익이 있는가 하면, 손해도 발생한다.

정부는 기지 이전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지이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면 옳지 않은 일이다.

굴욕적인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사실을 적시하며 설명하여야 한다.

기지이전은 민족의 자주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자주국방의 정신적인 출발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제기하는 불만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무작정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미군의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정부의 노력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국회의 비준과정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고 국민들의 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국회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는 합의의 과정과 내용을 재점검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합의내용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국회의 비준과정을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홍보와 교육, 그리고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얻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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