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중고차, 소비자 선택권이 중요하다 / 권용주(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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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이후 3년 연장 후 드디어 올해 초부터 누구나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눈치작전만 펼치는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을 소상공인에 한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안 된다.”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 들어와야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최근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앞두고 벌어지는 논란과 갈등이다. 그럼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누가 됐든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되면 그만이다. 그리고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은 국회와 정부 중심의 제도 마련이 근간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 추진됐다. 중고차 매매 시 성능 점검자의 부실한 점검이 확인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었다. 배경은 소비자원이 국회에 제출한 중고차 관련 피해 건수가 발단이되었다. 2014~2018년 중고차 관련 상담 접수가 5만1815건에 달했고 직접적인 피해에 따른 구제 신청도 1474건이나 됐다. 그럼에도 실제 피해 보상을 받은 사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58건이었다. 이유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확인하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였다. 특히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품질에 대한 사례가 821건(55%)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동반위는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점과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 산업 경쟁력 및 소비자 후생 영향 등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중고차 매매업이 소득의 영세성은 기준에 충족하지만 규모의 영세성은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셈이다. 그러자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사업 진출을 막아야 하는 이유로 시장 안정 및 생계유지를 내걸었다. 여전히 95%의 매매업 종사자가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들어 필요하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대로 한국수입차협회 등은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 간 역차별 문제와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동반위가 중고차 매매업을 소상공인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무얼까. 동반위는 매매업을 등록하려면 660㎡ 이상의 자동차 전시시설과 사무실이 필요한데, 이 비용을 감당할 정도라면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더불어 수입차 쪽에서 제기한 통상 문제도 고려됐다. 한미 FTA와 한-EU FTA 조약에 따르면 자동차 매매업에 관련해 서비스 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서비스의 총 산출량,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법적 실체 등에 대한 제한은 두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공은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갔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의견을 개진할 뿐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실태조사와 전문가 협의 및 관계부처 회의 등을 거쳐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판가름 시기도 필요하면 3개월 더 연장해 결론을 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인 만큼 신중히 판단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중기부도 고심이다. 국가 간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소상공인도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대기업과 중고차 업계의 자율 상생협약 체결 추진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에게는 시장 진입을 열어주되 상생 방안을 마련해 기존 종사자를 최대한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소비자 선택권은 빠져 있다. 무엇보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품질을 보장하는 판매자를 찾고 싶은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차와 달리 중고차는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일부에선 중고차의 특성상 100% 완벽한 품질이 없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는 100%가 아니라도 신뢰 측면에서 가장 높은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가 정비 서비스업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서비스는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서비스와 위탁 운영하는 지정점, 그리고 개인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정비점으로 구분된다.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정비점을 선택,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정비업도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이 논의되는 중이지만 자동차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하고, 이 경우 사람의 기술력과 장비가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여서 소비자 선택권을 열어놨다. 반대로 정비 사업자 또한 다양한 차종을 취급할 때 필요한 장비와 교육 등을 수입사나 제조사로부터 차별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호 선택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중고차 매매업도 선택권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거래되는 자동차의 품질에 대해 누군가 책임질 필요가 있어서다. 중기부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 즉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제품에 대한 개별 정보를 훨씬 많이 보유한 레몬 마켓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위원,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원문보기: https://www.motortrendkorea.com/sub/view.html?no=4370&cate1Name=COLUMN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MOTORTREND|2019-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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