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초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이민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한반도의 장기적인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한국 사람 대부분은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북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인구 변천과 고령화 문제다.

2005년 `출산율 1.08의 쇼크` 이후 정부는 출산율 회복을 위해 보육 지원, 주거·교육비 부담 경감 등의 출산장려 대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13년 동안 지출한 저출산 대책 예산은 130조원이라고 하지만, 2018년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악인 0.98명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0.90명 정도로 보다 더 하락할 것 같다.


이 상황은 인구학 전문가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산율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낮아진다는 상식과 달리,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출산율 감소를 초래한 핵심 요인은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정치인들은 출산장려 대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면 고령화를 회피할 수 있다고 열심히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저 듣기 좋은 환상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현 단계에서 출산율 감소가 야기할 고령화를 회피하는 방법은 국제 이민 격려 정책뿐이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몇 년 정도 한국에 있다가 귀국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인구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다.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적응시키는 문제에서 한국은 장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다.

한국에서 이민은 감정이 많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실시하기 쉽다. 서구 선진국 대부분은 과거 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죄책감이 심해서 이민 희망자들을 제대로 관리할 정치적 의지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난민`으로 위장한 경제 이민자들을 거부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 대부분은 이민 문제를 논의할 때 교육 수준이 높은 선진국 출신들을 환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한국에서 체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람들이 온다고 해도, 몇 년 동안 일하고 경험을 얻은 후 다시 출국할 것이다. 엘리트 수준의 외국인 학자, 기술자, 사업가라고 해도 주류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어적 장벽, 장유유서를 기반으로 하는 사무실 문화, 민족주의, 비싼 외국어 교육 등 장애물이 참 많다.

그러나 한국은 엘리트 이민자들보다 서민 이민자들을 훨씬 더 필요로 한다. 베트남 농민들은 노인들만 사는 한국 시골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당국자들이 이민 희망자들의 출신 지역 등 배경에 따라 입국을 허락한다면 `차별` `신제국주의` 등의 매우 심한 공격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다행히 없다. 그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줄 수 있다.

제일 바람직한 이민 후보자들은 문화적 배경이 한국인과 비슷한 유교 문화권 출신들이다. 오늘날 이것은 베트남인과 중국인들을 의미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제일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들은 슬기롭고 한국어를 잘 배우며 한국과 정치적 갈등이 없는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기타 동남아시아 나라 출신들도 좋은 인재로 볼 수 있다. 중국 이민자들은 정치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화교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면 화교를 정치 압박 수단으로 많이 쓰고는 하는 중국 정부에 한국 국내 정치에 간섭할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중국 출신이라면 한족보다 조선족을 환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단일 민족국가`에서 자라난 한국 사람들이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심을 아는 정치인들은 이민 정책보다는 출산율 회복의 환상을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전달할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무시하는 경향은 민주국가의 구조적인 결함이다. 그러나 최신 출산율 통계를 보면 한국이 이민 촉진 정책을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원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12/1078030/?a=1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대학특집―국민대] 수능 총점아닌 영역별 점수 반영
다음글 2019 언론계에도 '조국' 영향이 - '언론개혁' '유튜브 저널리즘'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