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허물은 고치고 비판은 겸허히… / 조경호(행정)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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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5-01-10 07:33] 최근 교육부총리의 인선과 사퇴 파문을 보면서 문뜩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가 떠올려지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목민(牧民)하고 싶지만 마음만 안타까워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다(心書)는 깊은 뜻이 담긴 이 책은 36세에 황해도 곡산 부사가 되어 멋들어지게 행정을 펼치고 싶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다산 선생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48권의 방대한 분량의 이 서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에게 실천행정과 공직자 처신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공직자의 처신은 백성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고 자율적 변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실천적 자세를 말한다. 법과 말만 되뇌는 행정이 아닌 행동과 실천이 뒤따르는 올곧은 공직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특히 공직자 개인의 자율적 변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진정한 행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데에는 정부와 사회 각 부문이 서로의 허물을 비판하는 데 치중하는 반면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는 선도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공직자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내에서 자기 성찰적 비판이 제기되고 허용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현재의 잘못된 행정의식, 절차와 관행 등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규범과 틀을 구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실천적 행정은 또 백성과의 적극적인 관계 형성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행정은 공무원과 국민과의 신뢰에 기초한다. 공직자들이 국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자신감에 찬 적극적인 관계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처럼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노출되면 온 사회가 떠들썩거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공직사회,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에는 공직사회 스스로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 즉 공직사회가 외부의 반응이나 비판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나머지 실제 이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측면이 적지 않다. 공직자들이 국민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흔히 ‘고객지향 행정’을 말하면서 이를 기업들이 내세우는 ‘고객 경영’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진정한 의미의 ‘고객지향 행정’은 자신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 고객을 최우선으로 대우하는 기업적 발상과는 다르며,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 그리고 국민과 협력하는 공직자의 행동과 자세를 필요로 한다. “정부가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거나 “모든 사회문제는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식의 온정주의 논리가 그간 우리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어 왔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이기적으로 자신의 실속만을 챙기려는 행동을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지나친 역할 확대는 결국 자신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것을 의미하므로 모든 문제를 주재하고 주도하기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냉엄한 관찰자로서, 어떤 경우에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왜 이번 같은 파문이 벌어졌는지 되씹어보면서 스스로 성찰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파문을 보고 흔히들 고위공직자들 내지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말하곤 한다. 이번의 경우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일반사회의 인식이 어떤지, 어떤 평가가 나올지를 도외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사의 경우에 있어서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호흡하는 실천행정이 필요하다. 조경호 국민대 교수·행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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