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건축 비평서 낸 김개천(실내디자인) 교수
“우리 전통건축의 美 다음세기에 더 빛나”


한국건축 비평서 낸 김개천 교수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완전한 행위는 흔적이 없어요. 선암사 심검당을 보세요. 마당에 돌도 안 깔아놓았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의지가 엿보이면 하품(下品)이지요.”


건축가 김개천(국민대 교수)씨가 한국 전통 건축을 향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최근 펴낸 책 ‘명묵의 건축’(안 그라픽스)을 보면 ‘앞으로 이보다 더한 감탄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고려시대·조선시대 우리 건축이) 우주만큼 넓고 깊게 체감되는 무한의 건축”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빛나는 건축물을 직접 보러 당장 떠나고 싶어진다. 한편으로 의문도 든다. ‘우리 조상의 심미안이 그리 대단했단 말인가’.


김씨는 “찬사가 아직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건축에 ‘명묵(明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밝은 침묵. “침묵을 의도하지 않은 침묵이요, 빈집에 하루 종일 햇빛이 비추는데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침묵”이라고 설명한다.


“20대에는 외국 건축에 매료됐습니다. 고딕 성당을 보면 단번에 압도됐지요. 우리 건축에는 그런 건 없어요. 대신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지요.” 30대부터 우리 건축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섰다. 건축에 이어 불교 철학을 전공한 그는 개인주택도 여러 채 설계했고 실내 디자이너로도 활약 중이지만 무엇보다 ‘만해마을’ ‘담양 정토사’ 등 불교 건축물로 유명하다.


책 ‘명묵의 건축’에는 ‘한국 전통의 명건축 24선’을 담았다. “‘큰 옥은 다듬지 않아도 그 바탕이 아름답듯’ 바람과도 같은 무색의 질료성은 오히려 청빈하나 범접할 수 없는 성인을 마주한 듯하다”(병산서원 만대루) “일주문 길은 세계 건축사에서 보지 못했던 평범하고도 평범한 길… 가슴 시리도록 도도한 이 길 앞에 서서 아름답다고만 말하면 눈으로만 보는 아름다움이 된다… 그저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해인사 장경각) “아무런 욕망도 없고 어떤 의미도 보이지 않는… 우주와 같은 실체를 지상에서 인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진남관을 보기 전까지는”(여수 진남관)…. 사진은 30년간 한국 사찰과 자연을 촬영해 온 관조스님이 맡았다.


“조선시대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해 보이는 백색에서 가장 화려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전통 건축은 다음 세기에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김씨는 “과연 그때까지 고건축이 제대로 남아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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