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통합과 상생의 한해 되길… / 김현수(BIT대학원장)
[디지털타임스 2005-01-04 10:56]


김현수 한국SI학회 회장·국민대 교수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집단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에 많은 장애가 되었었다.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과 4대 입법 등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갈등, 분배와 성장정책들에 관련된 부유층과 서민층의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등을 비롯한 많은 갈등이 표출되면서 정치와 사회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 난세도 역사의 한 부분이며, 치세와 난세를 번갈아 반복하며 역사가 진전된다. 음과 양, 청과 부, 대와 소 등의 차별상 속에서 역사가 발전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대안을 생각해본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유례없는 압축성장으로 인한 사회구조의 특별함이 원인이다. 우리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한 때가 1977년경이며,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전한 시기는 1993년경이었다. 즉 현재 우리사회는 농경사회 사고방식과 산업사회 사고방식, 또 정보사회 사고방식을 가진 구성원들이 혼재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은 세대와 전후세대간의 인식 차이, 신자유주의와 한국적 사회주의로 표현되는 정치적 지향의 차이까지 가중되어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가 지나면 역사의 법칙대로 사회가 안정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혼란의 시기를 어떻게 하면 보다 단축하고 갈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갈등 심화의 또 다른 원인은 상실의 두려움이다.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지 못하는 원인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4대 법안에 대해 진보진영이 개혁을 강행하는 이유는 이 기회를 놓치면 사회적 약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절박한 상실예감 때문일 것이고, 보수 진영이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서 양보하면 자신들이 애써 구축해놓은 사회질서와 기득권을 잃을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또 세대간, 계층간, 기업군간, 정부 부처간에 자신들의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도, 주도적인 입장이 되지 못하면 많은 상실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양보란 패배를 의미하고, 한번의 양보는 오랜 동안의 상실로 이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과거의 학습효과가 오늘날 갈등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갈등을 극복하고 대통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운영하는 플럼빌리지의 스님들이 지켜야하는 첫 번째 계율은 `모른다'라고 한다. 제2계율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언제나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며, 제3계율은 `남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권위나, 교육, 선동이나 돈을 통해 강요하지 않는다'이다.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경직된 사고의 위험함을 엄하게 경계하는 계율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 진리를 찾는 수련장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제1원리는 조화이며, 우리 모두는 연결된 존재가 아니던가. 새해에는 경직된 사고를 모두 함께 버리고 대타협의 장을 열어야 한다.

두려워하면 갇혀버린다. 자신감이 부족하면 양보를 하지 못하고 타협도 못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놓아버릴 수 있어야 사회가 강해진다. 상실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고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고 대승적인 타협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큰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서로 잊을 수 있도록 크고 희망찬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온 국민이 큰 비전에 몰두하도록 해야 한다.

IT/SI분야도 상생의 협력이 필요하다. 통신과 방송간, 하드웨어기업과 소프트웨어기업간, IT서비스기업과 솔루션기업간, 발주자와 수주자간,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상생의 협력으로 도약의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작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도 짧다.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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