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캘리포니아에 짓고 있는 신사옥 이미지. 인간과 자연의 쾌적한 만남을 시도한다. [사진 비아케 잉겔스]
과학기술 영역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대기오염은 현대인의 최대 난적
공기 통제하는 ‘토탈 리콜’의 경고
도시 골목마다 정화시스템 설치
맑은 지구 지키는 디자인 시급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애플·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새로운 도시와 건축을 세우려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건립 중인 구글 신사옥은 토마스 헤더윅과 비아케 잉겔스의 공동 작업이다. 실리콘밸리와 구글 플렉스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건물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투명 지붕이 눈에 띈다. 투명 소재의 초록색 지붕을 통해 햇볕이 들어오게 했다. 건물 외부의 먼지·소음을 차단하고, 쾌적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 보행 중심의 도시 환경 만들기에 주력했다.
공기는 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영화 ‘토탈 리콜’의 배경인 화성의 상황은 섬뜩하다. 집권층은 독재 통치를 위해 외계인이 만든 자연 대기 제조 장치를 숨겨놓고 공기를 무기로 화성인을 통제한다. 인간이 숨쉬는 대기를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이용하는 끔찍한 상황이다. 우리는 평소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살지만 공기는 언제든 지구 전체를 통제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최악 수준의 공기에 갇혀 사는 한국인
1952년 런던을 강타한 그레이트 스모그. 1만2000명이 사망했다. [중앙포토]
18세기 산업혁명은 인류 발전을 가져왔지만 거대한 공해도 발생시켰다. 런던의 디젤 버스, 화력발전소·난방용 석탄 등이 뿜어내는 아황산가스·이산화황이 추운 날씨에 멈춰선 대기, 그리고 안개와 겹쳐지면서 1952년 그레이트 스모그를 일으켰다. 천식·만성 기관지염·폐렴·심장질환 등으로 1만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1956년 영국의회에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했고, 환경운동도 이때를 기점으로 폭발했다. 신규 자동차에 대한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 운행 차량에 대한 매연 여과장치 부착 등이 시행됐다. 전기차의 도심 주차비를 깎아주는 등 런던 시내 공기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초미세먼지 노출도 조사에서 한국은 32㎍/㎥으로 35개국 가입국 중 불명예 1위를 했다. 1998년 이후 17차례 조사에서 한국은 12번이나 1위를 했고, 국내 주요 도시들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두 배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적용할 때 ‘나쁨’ 일수가 무려 141일이 나올 정도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과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다 놓은 우리네 가정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고강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은 미래 도시들이 맞이해야 할 숙명이 됐고, 또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이런 위기의 시대, 건축가이자 사상가인 버크민스터 풀러가 미래에 던진 제안은 지금 더욱 유용하고 흥미롭다. 그는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에서 지구를 배회하는 작은 우주선에 비유한다. 200만년이나 된 지구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데도 생물들이 완벽하게 살아갈 수 있게 설계됐다며, 자동차 사용설명서처럼 우주선 지구호에도 사용설명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지구호의 시스템을 학대하고 오염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버크민스터 풀러의 혁명적 ‘지오데식 돔’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가 1967년 선보인 몬트리올 엑스포 미국관. [사진 버크민스터 풀러]
풀러는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을 고안했다. 앞에서 언급한 구글 사옥이 구현하려는 인공환경과 도시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오데식 돔은 지구의 유한 자원을 책임 있게 사용하자는 그의 철학을 대변한다. 사면체의 성질과 구의 특성을 결합한 방식으로 길이·무게·재료의 비용이 가장 최적화된 비율의 반구형의 자립식 지붕 구조를 빚어냈다.
지오데식 돔은 구조적 한계가 없다. 사이즈가 커지면 커질수록 상대적 강도가 증대된다. 직경이 3m에서 수㎞에 이르는 돔을 만들 수 있다. 내부 지지대가 없기에 외부 면적에 거의 상응하는 최대한의 내부 공간을 제공한다. 풀러는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1960년 맨해튼 돔 계획안을 선보였다. 기후 조정을 염두에 둔 구상으로 거대한 공기막이 마천루까지 둘러싸고, 도시 블록 전체를 이상적인 기후 상태로 유지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다. 따뜻한 내부 공기 부력으로 지탱되는 투명한 경량구조체는 현대 대도시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유토피아적 발상으로 평가된다. 그는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미국관에서 이를 일부 구현했다. 철제 파이프로 된 입체 골조와 그것으로 지탱되는 성형 아크릴판 2000장으로 이상적 도시구조체를 실현했다.
건축가 장윤규가 설계한 공기정화 골목. 자연채광을 극대화했다. [사진 장윤규]
대기오염은 현대문명의 가장 큰 난적이다. 전면적 대응이 요청된다.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주도할 수도 있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도시적 공공성 차원의 대책이다.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기를 맑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 시안(西安)에서는 공기청정 거대 타워를 설치했고, 영국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더욱 엄하게 설정했다. 프랑스는 도시의 건물 벽면 녹화를 의무화하는 조례도 통과시켰다. 식물 잎의 기공을 통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려는 목적에서다. 한국은 아직 미세먼지 사후 처리에 그치고 있다. 도로를 기계나 장비로 청소하는 정도다. 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배치 등 개개인의 책임에 맡기는 방식이다. 개인들의 노력을 넘어 도시 전반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지향점은 분명하다. 공기정화 공간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져와야 한다. 도시 인프라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그 하나로 골목길 정화 공간인 스트리트 온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고, 어른들도 서로 대화하며 휴식하는 골목길을 복원해보자는 뜻도 있다. 참고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 지어진 조셉 팩스턴의 ‘수정궁’(Crystal Palace)을 떠올려보자. 팩스턴은 유리·나무·철로 만든 새로운 온실을 선보였다. 수정궁이 박람회를 위한 거대한 온실이라면 스트리트 온실은 도시인의 삶을 살찌우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개념이다.
지열·태양광 등 친환경적 설비 접목을
예전의 골목길은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하나 둘씩 사라지는 골목길도 환경만 보강하면 얼마든지 옛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골목에 공기정화 시스템을 설치하고, 지열에너지·태양광·태양열에너지 등 여러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접목한다. 문을 열지 않고도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기 시스템도 필요하다.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문틀에 전열교환장치를 삽입해 실내공기를 제어하는 시스템도 구성한다. 디지털 사회의 화두인 스마트 커뮤니티도 고려한다. 가구·조명 등이 통합된 시스템을 만들고 건물 지붕에는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한다. 실내에는 스마트 로봇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을 끌어들인다.
이런 구상은 테크놀로지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친환경적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 건축물 벽면 녹화 개념을 스트리트 온실에도 적용해본다. 가장 중요한 건 식물이다. 식물은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온도·습도를 조절해준다. 유해 휘발성 화합물도 없애준다.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하고 미세먼지도 제거해준다. 공기 정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스트리트 온실은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래 인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판단한다. 이 시대 건축의 고민도 그런 환경 조성과 직결돼 있다. 풀러의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를 다시 꺼내 본다. 스트리트 온실은 지구호 우주인들이 지켜내야 할 커뮤니티 매뉴얼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지구를 지키는 디자인이자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도시 혁신의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윤규
서울대 건축과 졸업. 건축과 예술, 건축과 문화의 통합된 구조를 찾는 실험적 건축에 관심이 많다. 대표작으로 한내지혜의숲·크링복합문화센터·예화랑·생능출판사 등이 있다. 『친환경 상상력으로 집짓기』 등을 냈다. ‘건축예감’은 건축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다.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683242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