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매매허가제’ 무능과 난맥 끝 어딘가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끝없이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고, 현재보다 절반은 떨어져야 한다는 구체적 가격대까지 제시했다. 다음 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가능한 모든 정책 대안을 가지고 있고, 강남 4구의 부동산값이 잡힐 때까지 강도 높은 정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뜬금없이 강기정 정무수석도 특정 지역의 매매허가제 도입 주장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집값 급등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안정화 의지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직접 규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 거기에 주택 매매허가제 같은 위헌적 요소가 큰 부동산정책을 주무 부처도 아닌 정무수석이 언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혼란을 드러낸다.

정무수석은 부동산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소관 사항이 아니라며 피해 갔어야 했다. 불과 얼마 전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부동산 거래 허가제에 대해 정무수석이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뿐 아니라 위헌적 발상이다. 대통령과 정책실장이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제시한 것은 구두 개입에 의한 정책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반(反)시장적 정책 패키지로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강남 4구 등 특수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고, 실질적으로는 부동산을 넘어선 문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에 제동을 걸어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을 크게 줄여 왔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불로소득이라고 보고 가급적 모두 환수하겠다는 정책이 계속되자 많은 조합원이 재건축과 재개발을 연기하면서 공급은 더욱 줄어들었다.

최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결정하자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을 염려한 소비자들이 제도 시행 전에 부동산 구입을 서두르면서 가격이 더 오르게 됐다. 또, 강남 4구의 아파트 가격은 물론 전세가도 천정부지로 높아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겠다는 교육정책의 영향이 컸다. 사교육 환경이 월등한 강남 4구에 들어가는 것을 곧 대학 입시의 성공과 연계시켰으니 소비자들의 대응은 불을 보듯 훤하다. 주택담보비율 규제 강화 등도 결국 현금이 많은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스스로 강남 4구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제공했고, 그에 따라 집값이 오르니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나같이 반시장적이고 위헌 가능성이 큰 정책이다. 박 시장이 도입하겠다고 나선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사실상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정책으로, 더욱 위헌적이다. 이 정책들로 과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강남 4구의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그곳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여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을 강남 4구처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고, 공급을 증대하는 방향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학원론 수준의 대책이다. 한마디로 시장과의 전쟁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 세력의 무능과 독선 때문에 국민은 더욱 고통스럽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11701073911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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