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의원, 방송법 제정 33년만에 유죄판결과 언론자유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1월 18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의원, 방송법 제정 33년만에 유죄판결과 언론 자유


<김양원 PD>
1)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세월호 보도 개입으로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는 판결이 엊그제 나왔어요. 정권이 언론의 보도를 통제했던 것...사실 말하지 않았지만 암암리에 행해졌던 일인데요.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 어떻게 봐야할까요?

<조수진 교수>
대법원 3부는 방송법 위반 혐의의 이 전 수석에게 벌금형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요. 방송법 제정 33년 만에 나온 최초 유죄 확정 판결입니다.

이 전 수석은 세월호 당시인 지난 2014년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KBS 보도에 고성으로 항의하고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는데요.

2018년 12월 1심은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과 보도 내용에 개입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불신과 갈등이 확산된다. 이는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을 저해한다”며 이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점, 청와대 홍보수석의 관행으로 받아들여져 범죄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형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2심의 벌금형이 확정된 겁니다.

<김양원>
3) 2심에서 징역형이 벌금형으로 감형된 사유가, ‘청와대 홍보수석의 관행이어서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입니다. 정부 권력이 언론보도를 통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거잖아요?

<조수진>
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편성에 간섭해서 방송 독립을 침해한 사례로 이렇게 유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방송 편성에 대한 간섭, 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은 1987년에 제정됐습니다. 그러니까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됐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통제가 언론자유 측면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건데요. 그래서 오늘은 언론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김양원>
4) 방송 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하지만 그간 관행이라는 이유로 당연시 여겨졌던 보도통제. 이번 사례를 토대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수진 교수>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 해 4월에 발표한 ‘2019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41위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였습니다. 이전 정부 시절 언론자유도가 70위권이었는데, 문정권 집권 2년 만에 41위로 상승했었죠. 반면 작년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조사한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는 10명중 6명이 한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었죠.
자, 그럼 이런 내용이 이후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언론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이 조사 내용 중 언론자유도, 직업 만족도, 언론 기자 인식 이 세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김양원 PD>
5) 그러니까 이게 언론인 조사니까 언론인들이 생각하는 언론 자유도인거죠?

<조수진 교수>
언론 자유도에 대한 언론인들의 평가는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언론자유도 2007년 조사에서 3.35에서 점점 떨어져서 2017년 2.8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3.31로 2007년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특별히 매체별 조사에서 지상파 3사 소속 언론인들이 2017년이 2.50점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3.49로 상승했구요, 아무래도 지상파 3사가 작년 한해 변화가 많았는데요, 이 점들이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질문하나 드릴게요. 피디님은 언론인으로서 직업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계신가요? 11점 만점에 몇 점정도?

<김양원 PD>
6) 10점 만점에 6점?

<조수진 교수>
네, 이렇게 여쭤본 이유가 이번 조사에서 언론인들의 직업 만족도를 묻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이게 자유도와도 연결이 될 텐데요, 최근에 대중들의 미디어 이용, 뉴스 소비행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고, 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언론환경도 많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김양원 PD>
7)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조수진 교수>
언론인으로서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11점 척도(중간값 5점)로 평가한 결과는 6.19점이었다. 같은 내용의 문항을 적용해 조사한 게 2003년부터인데요, 최저점을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매체 유형이나 소속사에 따른 편차는 컸습니다. 신문사가 낮은 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지역 일간지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가 최악이었구요. 반면 방송사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2017년에 비해 대폭 상승했습니다

<김양원 PD>
8) 제가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요. 지역신문 같은 경우는 정말 그 숫자도 많고, 그렇다보니 열악해요. 아무래도 기자가 광고를 생각하지 않고 기사에만 매진할 수 없는 구조니까요. 방송사는 그에 비해 규모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지역 신문이 겪는 경영환경의 불안은 덜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언론인 자유도, 만족도, 그리고 신뢰도 조사도 있었다구요?

<조수진 교수>
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이 기자 28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11일부터 29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결과인데요.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스스로 작성한 기사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결과는 77.9점이 나왔습니다. 이거 학점으로 치면 C학점입니다. 자신의 기사를 27.5%가 “매우 신뢰한다”, 59.5%가 “신뢰하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2.5%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본인 기사에 대한 신뢰도는 77.9점으로 나타난건데요.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자들의 1.8%만이 “매우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신뢰하는 편”이라는 응답도 50.7%에 그쳤고.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는 응답률은 7.7%였습니다.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대한 신뢰도는 본인 기사보다 16.7점 떨어진 61.2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양원 PD>
9) 참 씁쓸한데요,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수진 교수>
네, 최근에 언론의 신뢰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어요. 지난 15일자 노컷뉴스에 나온 내용인데요, 한 극우신문에 정부기관 광고가 실렸는데, 이 광고가 가짜라는 내용입니다. 26개 지면에 실린 광고가 모두 16개 인데 이중 10개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광고였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해당 기관은 황당하다는 입장이구요,

<김양원 PD>
10) 그러면 광고를 주지 않았다는 건데...가짜뉴스에 이어 광고까지 가짜가 등장하네요. 해당기관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수진 교수>
네, 해당기관에서는 이 신문사에서 연락조차 한 적이 없고,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다운받아 광고를 실은 거 같다..라고 말합니다. 정부광고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독점적으로 대행하게 돼 있는데요, ABC협회 부수검증을 마친 매체로만 홍보범위가 정해집니다. 일간지 173개사, 주간신문 700개사, 잡지 200개사, 기타 1개사 등 총 1074개사가 광고를 낼 수 있는데요, 이 신문은 여기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신문에는 정부기관 광고가 나갈 수 없다는 겁니다.

<김양원 PD>
11) 그럼 임의로 광고를 냈다는 거네요, 광고비도 받지 않고, 이렇게 광고를 낸 이유가 있겠죠?

<조수진 교수>
네, 아무래도 ‘우리가 이런 이런 정부기관의 광고도 한다’를 보여주면서 신뢰감, 공신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공신력을 얻게 되면 거기 실리는 기사도 신뢰하게 되니까 그런 건데요, 이런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언론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김양원 PD>
12) 신뢰를 얻기 위해 가짜 정부광고까지 싣는다? 독자의 신뢰를 그렇게 얻으면 안될텐데요. 언론의 신뢰도, 이에 대한 기자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조수진 교수>
기자들은 기자 전문성 강화(27.5%)와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23.6%), 포털 중심 뉴스유통구조 개선(14.1%), 출입처 제도 등 취재 관행 개선(13.4%)을 신뢰도 상승 해법으로 꼽았는데요...이게 문제가 또 있습니다. 언론인의 생각과 시민의 생각이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아까 조사에 참여한 기자의 87%는 ‘내 기사를 신뢰한다’고 (‘매우 신뢰한다’ 27.5%, ‘신뢰하는 편이다’ 59.5%합쳐서)응답했는데요. 언론진흥재단이 비슷한 기간, 2019년 11월 7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2019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28.1%(‘매우 신뢰한다’ 1.8%, ‘약간 신뢰한다’ 26.3%)에 불과했습니다. 이걸 이해하기 쉽게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보면은요 본인의 기사에 대한 신뢰도는 77.9점,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대한 신뢰도는 61.2점, 그리고 시민들의 생각은 48.6점입니다. 차이가 크죠!
이 신뢰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해결책에도 괴리를 보입니다. 기자들은 전문성을 꼽았는데, 수용자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34.3%)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양원 PD>
13) 언론인과 수용자 간의 괴리가 있네요, 변해야겠죠?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수진 교수>
지난 14일에 <2019-2020 언론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언론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소모적인 단독 경쟁보다는 다 아는 것을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4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생중계 됐습니다. 엄청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구요,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기사를 보면요...헤드라인, 문장부호, 심지어는 광고까지도 똑같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올해는 좀 다른 해석의 기사들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단독 경쟁, 선정적보도, 받아쓰기 보도, 관행에 묶인 보도가 아니라 심층적이고, 기업, 정부를 위한 기사라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기사가 생산됐으면 합니다. 기자들이 자신의 기사를 신뢰하는 게 C가 아니라 A학점은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김양원 PD>
14)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인사)

<김양원 PD>
15)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ytn.co.kr/_ln/0101_20200120102810103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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