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프로스포츠 하위리그, '승부조작 이상 증후' 감지됐다 / 최창환(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국민대 최창환 교수, 배당률 그래프 변화 통한 승부조작 감지 연구

-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하부리그 경기에서 급격한 배당률 그래프 변화 발견.  2010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경기 때와 유사 ”

-“국외 베팅 사이트의 인기상품인 국내 프로스포츠 하부리그 경기, 승부조작 위험에 노출돼 있다”

-“승부조작 예방 시스템 구축 절실한 상황, 선수 도덕성에 의존하는 건 한계”

국외 베팅 사이트 bet365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베팅 사이트다. 국외 베팅 사이트로부터 한국 스포츠 경기로 흘러들어오는 판돈과 승부조작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해당 경기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엠스플뉴스)

 

“ 승부조작은 사라진 악령이 아닙니다. 여전히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 다시 등장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걸 막으려면 끊임없이 경계하고, 필요하면 예방주사도 놔야 합니다. ”

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학과 최창환 교수의 주장이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최 교수는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에 재직 중인 탁민혁 박사와 승부조작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승부조작 감시 시스템 전문가인 최 교수는 “스포츠계의 감시가 소홀한 프로스포츠 하위리그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알려왔다. 

"미국과 유럽보다 먼저 경기가 열리는 한국 프로스포츠에 거액 판돈 걸린다"

국민대 최창환 교수가 승부조작 모니터링 시스템 연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창환 교수가 공동연구 중인 '승부조작 모니터링 시스템'은 스포츠 경기 베팅 자료분석을 통해 승부조작 여부를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베팅 자료'는 특정 경기에 얼마나 돈이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베팅 배당률을 의미한다. 

승·무·패 배당률을 예로 들자. A, B 팀의 대결에서 A 팀 승리에 7.6배, 무승부에 7.1배, B 팀 승리에 1.14배의 배당률이 걸렸다고 치면, A 팀 승리에 1만 원을 베팅했을 경우 A 팀 승리 시 7만 6,000원의 베팅 수익을 올리게 된다. 만약 B 팀에 베팅했다면 1만 1,400원의 이익을 낸다. 고배당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A 팀 승리 혹은 무승부에 베팅할 게 자명하다.

배당률은 맞대결하는 팀의 전력과 홈 어드밴티지, 부상 선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베팅 사이트 매니저가 정한다. 

베팅에 참여하는 이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료가 바로 이 배당률이다. 스포츠토토는 한국에서 승·무·패 배당률 게임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베팅 사이트다.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다른 배당률 게임은 한국에선 모두 불법이다.

최창환 교수는 “스포츠토토보단 베팅 사이트 대부분이 합법인 국외에서 흘러오는 판돈을 주시해야 한다. 북미, 유럽과 시차가 반대인 한국 프로스포츠는 이미 국외 베팅 업체들엔 주요 인기 상품 ”이라고 설명했다.

“ 국외 베팅 사이트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베팅이 직업인 ‘전문꾼’이 수두룩하다. 그들에겐 한국 프로스포츠가 매력적인 베팅 게임이다. 왜냐? 북미, 유럽 프로스포츠가 열리기 전 한국 프로스포츠 경기가 먼저 진행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유로 한국 프로스포츠에 엄청난 국외 돈이 몰린다. 국내 베팅꾼들도 불법인 걸 알면서 암암리에 국외 베팅 사이트에 엄청난 판돈을 건다. ” 최 교수의 말이다.

K리그에 베팅하는 국외 베팅 업체만 330개. K리그 경기당 평균 판돈 규모 160억 원 

 
최창환 교수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한국 스포츠 리그 경기에 베팅하는 국외 베팅업체 숫자와 경기당 베팅 평균 금액(표=엠스플뉴스)
 

최창환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 프로축구(K리그) 1부리그 경기에 베팅하는 국외 베팅 업체만 무려 330개다. 이들 업체가 거는 K리그 경기당 평균 판돈도 1,384만 8,000달러(한화 약 159억 원)에 이른다. 

프로야구(KBO)엔 약 170개의 국외 베팅 업체가 경기당 평균 321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의 판돈을 건다. 프로농구(KBL), 프로배구(KOVO), 프로골프(KLPGA, KPGA) 등도 국외 베팅 업체들엔 인기 상품이다.

최 교수가 주목하는 건 한국 스포츠토토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인 K2, 3리그, KBO 퓨처스리그 등 하위리그 경기들이다.

“ 국내 스포츠 베팅 사업자는 대개 1부리그 경기만을 상품으로 취급한다. 하위리그 경기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승부조작 가능성이 큰 곳은 상위리그보단 하위리그다. 그만큼 감시망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 최 교수의 얘기다.

최 교수는 국외 베팅 사이트들의 배당률과 판돈의 움직임을 빅 데이터로 종합 분석해 '배당률 경고 그래프'를 만들었다. 이 그래프는 승부조작 위험을 감지하는 요긴한 도구다. 경기 몇 시간 전 갑작스럽게 많은 판돈이 몰릴 경우 '배당률 경고 그래프'는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승부조작 가능성을 경고한다.

“ 단순히 외부에 공개된 정보들로만 배당률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승부조작 의심 경기로 판단할 수 있다. 승부조작 정보는 베팅 시장에선 큰 가치를 지닌 고급 정보다. 이 정보를 가진 이들의 베팅은 ‘비합리적 결과에 대한 이상 수준의 투자’로 나타난다. 승부 조작 정보를 얻었기에 아무리 배당률이 낮아도 계속 베팅을 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배당률 그래프는 급락 혹은 급등을 보인다. ” 최 교수의 설명이다.

"2010년 실제 승부조작 경기 때와 유사한 급격한 배당률 그래프가 지난해 경기에서도 나왔다." 

2010년 9월 19일 실제 승부조작 경기로 밝혀진 프로축구 상무-대전 경기 전 배당률 그래프. 위 노란색 그래프의 경우 양 팀 총합 2.6골 부근에서 평균 배당률 그래프가 이어지다 경기 당일 새벽 그래프가 급격하게 증가해 양 팀 총합 평균 3.06골까지 올라가 배당률 그래프가 마감됐다(표=TBTF LAB)

 

위 그래프는 최창환 교수와 협력하는 'TBTF Lab'에서 국외 온라인 베팅사이트들의 배당률 수치를 종합해 만든 '특정 경기 관련 경기 전 배당률 흐름' 지표다. 

그래프 속 노란색 선(그림 위)은 해당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양 팀의 전체 골 숫자를 예측하는 평균 배당률 흐름이다. 파란색 그래프(그림 아래)는 홈팀이 몇 골 차 승리를 거둘 지와 관련한 평균 배당률 흐름을 의미한다.

두 그래프가 가리키는 경기는 2010년 9월 19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 상무 경기(홈팀 대전 3대 0 승리)다. 주목할 건 노란색과 파란색 그래프의 흐름이다.

9월 18일 오전 8시까지 홈팀이 몇 골 차로 승리할 지와 관련한 파란색 그래프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같은 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서서히 그래프가 올라가다 19일 새벽 4시 이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양 팀의 전체 골 숫자를 예측하는 노란색 그래프 역시 19일 새벽 4시 이후 급격하게 치솟았다.

경기 시작 직전 특정 배당률을 향해 급격하게 움직인 두 그래프는 승부조작을 진행한 세력들의 판돈 움직임을 의미했다. 실제로 이 경기는 승부조작 경기로 밝혀졌다.

최 교수는 “ 경기 시작 직전까지 배당률 평균 그래프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승부조작 등의 돌발 요인이 생기면 베팅 판돈이 평균적인 배당률 흐름과 다르게 극적으로 움직인다 ”고 설명했다.

앞선 승부조작 경기 관련 배당률 그래프와 다르게 일반적인 경기 평균 배당률 그래프는 비교적 급격한 변화가 없는 형태다(표=TBTF LAB)
 

"최근 일부 프로스포츠 하위리그에서 과거 승부조작 때와 유사한 배당률 그래프 변화 감지"

최창환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K2, K3 리그와 WK리그의 몇몇 경기에선 위 그래프와 같이 과거 승부조작 경기와 유사한 급격한 움직임의 배당률 그래프가 나왔다. 승부조작 위험성을 경고할 수 있는 요소로 해석된다(표=TBTF LAB)

 

그렇다면 승부조작에 따른 급격한 그래프 변화는 과연 과거만의 일일까.

최창환 교수는 “최근 일부 프로스포츠 하위리그 경기에서 과거 승부조작 때와 유사한 배당률 그래프 변화가 감지됐다 ”고 전했다. 

최 교수와 연구팀의 지난해 프로스포츠 경기 배당률 그래프 분석에 따르면 K리그 하부리그인 K2, 3리그와 여자축구 WK리그의 몇몇 경기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 경기 직전 배당률 그래프가 급속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이다.

“ 배당률 그래프만 보고 승부조작을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중요 신호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외에선 배당률 그래프 변화와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승부조작 여부를 정밀하게 따진다. 과거 승부조작 경기에서 나온 배당률 그래프의 급격한 변화가 최근 몇몇 하위리그에서 비슷하게 나왔다는 건 주목해야할 일이다. 한국 스포츠계는 지금이라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승부조작 악령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 최 교수의 경고다.

체육계 "승부조작 감시 위한 경고 시스템 구축과 독립 기구 필요"

KBO 퓨처스리그 경기도 국외 베팅 사이트의 대상 경기로 발매되는 경우가 있다. 승부조작 노출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단 뜻이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는 내용입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 스포츠토토는 배당률 이상 감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기 배당률 움직임이 자체 설정 기준치를 넘을 경우 발매를 정지한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내부적인 기준치를 밝힐 순 없지만, 특정 게임의 배당률에 급작스러운 이상 변화가 감지될 경우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해당 게임 발매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스포츠토토의 배당률 이상 감지는 발매 경기 대상(1부리그)에만 한정돼 있다. 최창환 교수가 경고한 하부리그 승부조작은 감지할 수 없다. 

“결국, 승부조작을 감시하려면 독립적인 기구다 필요하다. 경기 단체나 베팅 독점 사업자에게 승부조작 근절과 감시를 맡기는 건 무리다.” 최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체육 관계자는 승부조작을 감시할 모니터링 구축, 승부조작 의심 경기에서의 선수들 퍼포먼스 분석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 승부조작 모니터링 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스포츠를 무대로 한 국외 베팅을 차단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에서, 우리가 연구 중인 '배당률 데이터 모니터링'이 승부조작 예방의 촘촘한 그물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외 베팅의 위험성을 차단하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기술과 정책을 지속해 연구할 예정이다. 정부와 스포츠토토가 승부조작 예방을 선수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걸 정말 강조하고 싶다. ”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  승부조작과 관련해 제보주실 분은 dhp1225@mbcplus.com으로 연락주십시오. 성실히 취재하겠습니다

 

원문보기: https://sports.v.daum.net/v/2020050714412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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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언론사로부터 기사 게재 및 활용을 허가받고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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