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과신론과 대세론의 충돌 / 김형준(정치대학원)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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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5.08.30 19:03:04] 변화와 개혁, 상생과 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참여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끝없는 혼돈과 대립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혼돈과 대립의 한복판에 노무현 대통령의 과신론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세론이 충돌하고 있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3번의 정치 기적을 이뤄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고,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으며, 소수·비주류 세력의 열세를 딛고 대통령에 당당히 선출되었다. 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학습한 대선불패의 신념은 통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신론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노대통령의 과신론의 핵심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항도 자신이의지를 갖고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 지지도와 민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과신론은 “연정을 위해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에서 최고 절정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지난 총선에서 차떼기 정당의 원죄와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으로 존립자체가 위태로웠던 한나라당을 극적으로 구하면서 형성되었고,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주도하면서 강화되었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대세론을 무기로 정부 여당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끊임없는 공격과 비난으로 반사이익을 추구했다. 이러한 ‘반사이익 추구 정치’는 박 대표 주도 아래 지난해 연말 여권이 제안한 4대 개혁 입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과신론과 대세론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왜곡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비록 당정 분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집권당은 과신론의 위세 속에서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반면, 야당은 대세론에 안주하면서 대표의 의중에 따라 끊임없이 정부 여당과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의원들을 원격조정하는 ‘리모컨 정치’를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자신들이 유도하는 당론정치를 통해서 얼마든지 동일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과신론과 대세론의 또 다른 문제점은 민주주의와 개혁정치의 본질을 왜곡시키면서 구조적으로 한국 정치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과신론은 국민을 무시하고 오히려 가르치려는 ‘계도 민주주의’를 강화시하 있고, 박 대표의 대세론은 개혁 후퇴와 수구보수로의 회귀라는 위험 속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대통령이 제시하는 것과 같이 연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약체 정부를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원들이 오만한 대통령의 과신론과 허황된 야당 대표의 대세론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펼침으로써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정기국회에 임하기에 앞서 국회법을 펼쳐 들고 제114조의 2항,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규정이 갖는 철학과 함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 김형준/국민대교수·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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